기상청과 환경부가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차단하기 위해 서해상에서 첫 인공강우 실험에 돌입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외 성공사례가 없고 기상조건 등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국 이번 대책이 정부의 ‘보여주기식’ 미세먼지 대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5일 경기 남부와 인근 서해상에서 기상항공기(킹에어 350기종)를 이용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 분석을 위한 올해 첫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올해 예정된 인공강우 실험은 15회다. 이 중 첫 번째 실험을 미세먼지와 관련해 실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실험은 올해 안에 2~3회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서해 먼바다에서 남북 방향으로 기상항공기를 운항해 구름에 요오드화은(Agl) 연소탄 24발(3.6㎏)을 살포한 후 인공강우 생성 효과와 이로 인해 미세먼지가 저감되는지를 측정할 예정이다. 기상청이 요오드화은 살포 전후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하고 천리안 기상위성과 기상레이더를 활용해 인공강우 생성 효과를 분석하면 환경부는 해양의 기상관측선과 내륙의 도시대기측정소 등에서 미세먼지를 관측해 저감 효과를 분석하는 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강우로 미세먼지를 줄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거두려면 보통 시간당 10㎜의 비가 약 2시간 내려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인공강우 기술이 가장 앞선 미국조차도 시간당 1㎜의 비를 내리는 데 그친다. 더군다나 한국은 미국에 비해 인공강우 기술력이 6.8년이나 뒤진다. 또 기상청은 지난 2010~2017년 인공강우 실험을 14회 실시해 4회 성공하는 데 그쳤다. 해외에서도 성공사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중국과 태국이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에 나섰다고 알려졌지만 국립기상과학원 확인 결과 효과성은 검증되지 않았다.
지속적인 실험으로 인공강우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더라도 국내 기상조건상 인공강우를 통해 미세먼지를 줄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에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시 한반도 일대는 고기압 영향권에 든다. 미세먼지로 대기는 뿌옇더라도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구름에 요오드화은 등 응결핵을 뿌려 비를 유도하는 인공강우가 가능한 상황이 조성되지 않는다. 이 같은 한계로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 역시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저감의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최근 미세먼지와 관련해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 차원의 ‘쇼(show)’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열린 국무회의서 “미세먼지,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 수준으로 대처하라”고 명령하자 임시방편을 냈다는 것이다. 25일 서해안 일대 실험지역은 ‘구름 많음’으로 예보돼 있고 미세먼지는 ‘보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강우 실험에는 적합하지만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알아보기 힘든 환경이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먼지가 있어야 저감 효과를 알아보는데 보통 수준에서는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측은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이번 실험은 (미세먼지 저감 관련) 여러 대책 중 하나”라며 “당장 성공·실패보다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