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관계부처 장관 등에게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이라는 말이 아예 사라지도록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열고 “우리 사회 공정경제 뿌리가 내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나와 매우 반갑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하도급 서면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 비율이 2017년 4.2%에서 2018년 3.5%로 줄고 하도급 관행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비율도 2017년 86.9%에서 지난해 94%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의하면 범정부 종합 대책이 대기업 기술탈취 근절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 비율이 훨씬 높았다고 문 대통령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문 대통령 공약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지난해 1월 10일 신년 기자회견 이후 1년 여 만이다. 이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함으로써 재계의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22일 국민연금이 한진 그룹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다른 기업까지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런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6일 새해 첫 회의를 열고 한진그룹 상장사인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위한 법안 통과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 소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상생 협력을 위한 유통산업발전법과 상생협력법, 갑을 문제 해소를 위한 가맹사업법과 대리점법,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 또는 개정 법안들이 국회의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 여야정 국정 상설 협의체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함께 불공정 시정과 공정경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 위해 상법 등 관련 법안의 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국민과 약속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회에 다시한번 간곡히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