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오른쪽)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아헨=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및 극우세력 부상 등으로 결속력이 약해지고 있는 EU를 되살리기 위해 새로운 독불 우호조약(일명 아헨조약)을 체결했다.
22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엘리제조약 체결 56주년을 맞아 독일 서부 아헨에서 새로운 독불 우호조약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약의 골자는 1963년 1월 22일 양국의 해묵은 갈등과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체결한 엘리제 협정을 강화하는 것이다. 16페이지 분량의 조약은 외교, 국방정책을 비롯해 테러 등 범죄, 경제,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외교적으로는 독일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기로 했다. 또 경제적으로는 같은 규정을 적용받는 양국 간 경제구역을 설정해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 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외신들은 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등 외부적 문제와 더불어 내부적으로 부상하는 극우세력을 견제하고 EU 내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EU가 브렉시트와 트럼프 행정부,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부 등으로부터 전례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해 EU 회의론자들의 득세를 막기 위해 새 조약 체결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아헨시청에서 열린 조약 체결식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인간의 일생이라고 할 수 있는 74년이 흐른 현재,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것인 EU 안에서 독일과 프랑스에 의해 고수되는 책임감에 대한 새로운 약속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는 극우주의자들로부터 내부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동시에 기후변화, 디지털 기술, 테러리즘, 이민과 고통스런 브렉시트로 인해 덜컹거리고 있다”며 “독일과 프랑스는 책임감을 보여야 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번 조약을 놓고 우려를 표하는 EU 안팎의 시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유럽 공동의 프로젝트를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제외되고 브렉시트로 영국이 빠진 이후 독일과 프랑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 아니냐는 나머지 EU 국가들의 불안감이 상존해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이날 협정식에서 “직설적으로 말하겠다”며 “오늘 EU는 프랑스와 독일 간 (양자 협약)이 EU 전체의 협력과 대체될 수 없다는 명확한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