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랭킹 1위 프로기사인 신진서 9단이 2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NHN엔터테인먼트사옥에서 열린 ‘프로기사 톱 5 vs 한돌 빅 매치’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를 앞둔 소감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국산 바둑 인공지능(AI) 한돌 서비스 연혁일시 | 내용 |
2017.12 | 국내 게임 업계 최초로 자체 기술로 개발한 바둑 AI ‘한돌’ 출시 |
2018.6 | 성능 업그레이드 후 한게임 9단 상대로 승률 95.4% 기록 |
2018.11 | 기력별 한돌 인공지능 대국, 한돌 찬스 서비스 |
2018.12 | 프로기사와의 비공식 대국에서 7연승 기록 |
2018.12 | 한돌이 분석하는 승률 그래프 서비스 |
◇세계 주요 바둑 AI 개발 현황
바둑 AI명 | 개발주체 | 국가 |
알파고 | 구글 딥마인드 | 미국 |
엘프고 | 페이스북 | 미국 |
딥젠고 | 드왕고도쿄대학일본기원 | 일본 |
절예(줴이) | 텐센트 | 중국 |
싱전 | 칭화대 | 중국 |
펑황 | 텐센트 | 중국 |
바둑이 | 고등과학원 | 한국 |
오지고 | 카카오브레인 | 한국 |
돌바람 | 돌바람네트웍스 | 한국 |
한돌 | NHN엔터 | 한국 |
릴라제로 | Gian-Carlo Pascutto | 벨기에 |
‘한돌의 기력은 이세돌 9단과 겨룬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리’보다 높습니다“
이창율 NHN엔터테인먼트(181710) 게임 AI 팀장은 23일 경기도 성남 판교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력을 측정하는 엘로(Elo) 레이팅 기준으로 한돌 2.0은 4,000 정도이며, 2.1버전은 그보다 향상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돌은 NHN엔터테인먼트가 만든 국산 바둑 인공지능(AI)이다. NHN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인간 기사 9단의 엘로 레이팅은 3,500 정도로 한돌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한돌은 실제 대국을 통해 이 팀장의 말을 증명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한돌’ 출시 1주년을 기념해 한 달 간 총 다섯 명의 국내 최상위 랭킹 바둑 프로기사들과 릴레이 대국을 펼치는 ‘프로기사 톱 5 vs 한돌’ 이벤트를 진행했다. 앞서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 박정환 9단을 연거푸 격파한 한돌은 이날 마지막 상대인 신진서 9단과의 경기마저 잡으며 더는 인간 기사가 바둑 AI의 상대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진행된 대국에서 한돌은 신진서 9단을 상대로 190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신 9단이 돌을 던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30분에 불과했다.
신 9단은 대국 후 “큰 기회가 없었다”며 “한돌이 집을 지키기 시작하면서 승부가 많이 기울었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신 9단은 “(알파고의 구버전인)알파고 리보다는 당연히 (한돌이) 세다고 생각하지만, (알파고의 최신 버전인) 알파고 마스터보다는 세지는 못할 것 같다”며 “중국 텐센트에서 만든 인공지능이랑 100판 정도 뒀는데,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10개월가량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2017년 12월 개발된 한돌 1.0은 사람이 둔 기보를 배워 가장 승리 확률이 높은 수를 순간순간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둑을 둔다.
그러나 2.0 버전부터는 인간의 기보를 보지 않고 스스로 대국을 벌여 생성한 기보를 반복 학습한다. 이는 알파고 최신 버전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번 승부의 결과는 국내 AI 기술의 현주소를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NHN엔터 외에도 카카오브레인(오지고)과 고등과학원(바둑이), 돌바람네트웍스(돌바람) 등이 바둑 AI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제무대에서는 압도적인 기력을 보여주는 텐센트와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과 중국의 바둑 AI와의 대결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AI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말부터 한돌에 적용된 AI 기술을 활용, 한게임 바둑을 통해 기력별 한돌 인공지능 대국, 한돌 찬스 서비스, 승률 분석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 기술을 바둑뿐 아니라 장기·퍼즐 등 다른 게임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박근한 NHN엔터테인먼트 기술연구센터장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기술을 살펴봤는데, 단순히 바둑 AI가 아니라 굉장히 많은 다른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