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부당대출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제재 여부가 다시 미뤄졌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초에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결론을 못 내린 데 이어 한 차례 더 일정이 연기되면서 제재 여부와 수위는 오는 2월에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24일 열리는 제재심에 한투증권 안건을 올리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 위원들의 일정 조율 문제도 있었고 사안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해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금감원이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일정을 늦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대출에 대해 명백한 개인대출로 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개인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대출한 것을 개인대출로 볼지 기업대출로 볼지에 따라 징계 수위는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시장법은 단기금융업의 경우 개인 신용공여 및 기업금융 업무와 관련 없는 파생상품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지난 2017년 8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고 이 SPC는 해당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이후 키스아이비제16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해주는 대신 자기 자금 없이 SK실트론의 지분 19.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투증권은 해당 사안이 기업금융 업무의 일환으로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만큼 다음달 열릴 예정인 제재심에서 다시 한 번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