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 인근으로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하는 장면. /사진제공=국방부
우리 군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잇단 위협 비행으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적국도 아닌 동맹국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일본 군사 도발의 중심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 법 개정으로 지지층이 등을 돌린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레이더 조사 논란 등을 거치며 한일감정이 악화된 시점에서 올랐다는 것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과거에도 정치적 위기나 돌파구를 마련할 때 반한 감정을 적극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보수층을 결집한 전례가 있다. 실제 아베 총리는 지난해 3월에도 재무성 문서 조작파문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왜곡된 내용을 담은 고등학교 학습지도 요령을 고시해 한일 갈등을 조장했다.
무엇보다 올해는 지방선거(4월)와 참의원선거(7월 예정)가 12년 만에 겹쳐 아베 총리에게는 지지층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다. 한일 갈등이 아베 총리의 오랜 숙원이며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로 나아가는 데 명분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일 “헌법개정을 포함해 새로운 국가 만들기에 도전하는 1년으로 하고 싶다”며 전쟁포기와 전력불보유를 규정한 헌법 9조에 대한 개헌 추진의사를 다시 밝혔다. 한일 갈등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 아베 총리는 개헌논의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국면에서 ‘일본 패싱’ 현상이 심화되면서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일본의 도발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한반도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진행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치열한 외교전 속에 일본의 존재감은 사실상 미약했고 이는 아베 내각에 부담을 줬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아베 총리가 북일 수교를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일본 내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일 협력이 동북아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관계는 한반도 정세나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한일관계라는 좁은 관점이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일관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