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태는 이번 드라마에서 한울센터와 연계되어 있는 ‘심클리닉’의 원장 윤태주역으로 출연했다. 아이들의 심리를 상담해주는 아동상담가 차우경(김선아)의 상담을 담당하는 인물로 활약했다. 실제는 살인마 ‘붉은 울음’이란 반전을 선사한 역할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붉은 울음’ 역할을 알았던 건 아니다. 주석태 배우 역시 첫 촬영장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이다. 그는 “신 클리닉 공간에 가서 첫 촬영을 하면서, 김선아 선배님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다. 최정규 감독님이 ‘컷’ 하시고선 ‘그냥 바라보는 게 아니죠?’라고 혼잣말처럼 말씀 하셨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감독의 그 말을 듣고 뉘앙스로 인지한 후, 본인이 마지막 범인이라는 건 그 후에 알았고 한다.
배우 주석태 /사진=에이치스타컴퍼니
제작진이 ‘붉은 울음’의 존재가 누구인지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지시는 없었다. 하지만 배우는 스스로 ‘배우들에게 말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작품 안에서 1인 2역을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한다. 그렇게 두 얼굴의 ‘붉은 울음’이 탄생했다.
‘붉은 달 푸른해’는 아동학대를 소재로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아동학대‘의 의미를 명확히 체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 전엔 뉴스에서나 경험하는 먼 곳에 있는 그저 ’나쁜 의미‘의 단어였다면, 이번엔 그냥 흘려보내는 게 아닌 ’책임감‘까지 함께 느끼게 됐다.
“예전엔 그 단어나 관련된 뉴스를 듣고 ‘나쁘다’란 생각을 하고선, 또 다른 뉴스가 나오면 지나가게 됐는데, 이번에 달랐어요. 법적으로 굉장히 무겁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란 걸 명료하게 체감하게 됐죠. 예를 들면, 중학교 땐 술 담배는 해선 안 되는 일이다고 생각 하지만, 성인이 된 뒤 지금은 술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마음으로 느끼듯이요. 마찬가지로 ‘아동학대’에 대해, 어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거죠.”
‘아동학대’에 대한 그의 철학은 명료했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물리적으로 짓밟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 인간을 동그란 계란에 빗댄 이야기부터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철학도 들려줬다.
“예를 들면 인간이 계란처럼 생겨서 손도 없고 다리도 없다면 폭력이 없어질까요? 인간의 손과 발이 누군가를 때리라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폭력을 쓰는 사람들은 손과 발을 잘못 이용하고 있는 거죠. 아이들이 시끄럽게 운다고 할 때, ‘뚝 ’그치게 하려면 폭력을 쓰는 게 편할 수 있어요. 물론 잘못 된 거죠. 그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때 더 큰 학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봐요. 아이를 제대로 달래고자 한다면, 그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보듬어줘야 해요. 물론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인데, 그걸 참지 못하고 손으로 한 대 때리거나, 입으로 틀어 막는다면 더 큰 문제가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속 김선아의 대사, ‘아이들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마세요’란 말은 그에게 강력한 울림으로 남았다. 그는 “이번에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마음으로 깨달았다”며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
“선아 선배의 그 대사가 잊혀지지 않아요. 저 역시 동물들을 키우면서, 강아지나 고양이가 실수를 하거나 하면,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제가 너무 피곤할 때 실수를 하면, 동물들에게 가끔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었죠. 이번엔 ‘이리와 봐’ 하면서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했어요. 고양이가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드라마로 인해 달라진 부분입니다.(웃음)”
한편, 2006년 영화 ‘구세주’로 연기를 시작한 주석태는 ‘꾼’, ‘명량’, ‘숨바꼭질’ 등 다수의 영화에서 인지도를 쌓아왔으며, OCN ‘작은 신의 아이들’,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OCN ‘블랙’, KBS ‘추리의 여왕’ 등의 드라마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받았다. 특히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에서 악역 목공방 작업반장 염반장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