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도 '서울대 똥파리' 82학번 전성시대

박정림·정영채·김신 대표
경영학과 동기로 지금도 막역
女CEO·IB·파생 등서 명성
변재상 사장도 '혁신경영' 활약

2516A23 증권계 서울대(16판)

정치권에 이어 증권가에도 ‘서울대 똥파리(82)’ 학번 약진이 재조명받고 있다.

2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올해 신규 선임되면서 증권사 대표 중 서울대 82학번은 4명이 됐다. 박 대표와 함께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김신 SK증권 대표, 변재상 미래에셋대우 사장은 서울대 82학번 동기다. 특히 박 대표와 정 대표, 김 대표는 과 동기다. 학창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지금도 서로 이름을 부를 만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변 사장도 학과는 공법학과 출신으로 다르지만 같은 학번 동기다. 2005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한 김 대표가 2010년 대표를 맡은 뒤 2012년 현대증권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이들 최고경영자(CEO)는 ‘서울대 82학번’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나름의 스토리를 지녔다는 점도 닮았다. 박 대표는 리스크와 자산관리(WM)를 두루 거친 첫 증권사 여성 CEO로 증권계에 새 역사를 썼다. 정 대표는 자타공인 ‘IB 부문’ 대표 전문가로 IB 부문 파트에서 증권사 대표가 나온 것은 그가 처음이다. 김 대표는 국내 채권브로커 1세대로 미래에셋대우·현대증권 대표를 지냈고 현대증권에서 물러난 뒤 7개월 만에 SK증권 사장으로 컴백해 ‘불사조 사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장외파생상품 쪽에서는 독보적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2013년 당시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겪던 SK증권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변 사장 역시 미래에셋생명 사장을 맡다 20개월 만에 다시 증권으로 복귀한 이력이 있다. 변 사장은 미래에셋대우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라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특명을 받고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82학번은 이미 정치권에서 고유명사로 통할 정도로 유명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지사가 대표적인 서울대 82학번 법대 동기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조해진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 서울대 82학번은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관가에는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철주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있다.

지난 1982년에는 전년도 본고사가 폐지되는 등 입시제도가 바뀌어 지원자가 미달되는 초유의 상태로 서울대 졸업정원의 130%를 뽑았다. 국내 최고 대학에 머릿수까지 많다 보니 경제계와 금융계에 유달리 두텁게 포진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위아래 선후배 학번들로부터 들었던 별칭이 ‘똥파리’다. 82 숫자 발음과 비슷한데다 유독 개성이 강하고 어디든 이리저리 몰려다닌다고 해서 그런 명칭이 붙여졌다고 한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 82학번은 동기들 숫자가 많다 보니 존재감도 그만큼 컸고 개성도 강한 학번으로 통했다”면서 “증권가에서도 82학번 돌풍이 거센 이유”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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