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연도 개시 기념식에 참석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EPA=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야권과 우파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사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대법원의 사법 연도 개시 기념식에 참석, “내가 물러나야 할 헌법적 이유가 없다”면서 “야권의 쿠데타에도 계속해서 집권하겠다”고 밝혔다고 국영 VTV와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는 전날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 현장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과도정부의 수반으로서 재선거를 관리하겠다고 공언한 지 하루 뒤에 나온 입장이다. 국내외의 퇴진압박에도 대통령 자격으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건재함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두로는 “과이도 국회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은 미국에 의해 선동된 쿠데타 시도”라고 규정하고 “내가 주재하는 정부가 계속 통치할 것이며 모든 어려움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위헌적인 꼭두각시 대통령을 세우는 방식으로 베네수엘라에 개입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에 있는 대사관과 영사관을 폐쇄하겠다”며 “멕시코와 우루과이 정상이 전화 통화에서 제안한 야권과 대화를 통한 정치 위기 해결 방안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미국과의 정치·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 외교관들에게 72시간 내에 떠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미국과의 단교는 과이도 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으로 인정한 데 대한 반발 조치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유가 하락 속에 미국의 경제제재가 더해져 초래된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혼란을 못 이겨 많은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는 가운데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야권과 미국을 위시한 우파 국제사회는 지난해 5월에 치러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마두로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마두로가 작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소속 유력 후보들이 가택연금이나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대선이 치러진 만큼 무효라며 마두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