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의 노벨상’인 로런스상 수상자인 장윤일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석학연구원이 25일 KAIST에서 원전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사진=KAIST
7,000억원가량의 매몰비용이 예상되는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공론화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국립 핵물리학연구소인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장윤일 석학연구원이 25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날렸다. 세계적으로 독일 등 일부를 제외하고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박사는 “한국에서 지진에 따른 원자로 피해는 불가능하다. 원자력은 한국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생산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부터 3년 동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석학 초빙교수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초청 대상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해임하려 했다가 정치적으로 큰 논란이 된 신성철 총장이 있는 KAIST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장 박사는 일체형 고속로 개발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공로로 지난 1993년 ‘원자력 분야의 노벨상’인 로런스상을 받았다.
그는 이날 KAIST에서 ‘세계 원자력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며 “앞으로 10년간 중국과 다른 19개국은 10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신흥 원자력에너지 30개국도 원자력 에너지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이 일부 원전을 폐쇄하고 독일은 탈원전정책을 다시 채택했으나 세계적으로 원전이 대세라는 것이다. 특히 전력 수요가 오는 2050년에는 현재보다 2.5배, 2100년에는 4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원전을 배제하고서는 해결방법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원전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보다 오히려 친환경적이라고도 했다. 석탄·천연가스·석유·수력·태양·풍력·바이오매스 등 다른 에너지원보다 원자력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발생이 없고 원자재와 토지를 가장 적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독일의 예를 들며 “한국처럼 폐쇄된 전력 시장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에너지의 이점이 대부분 무효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이 지난 5년간 1,810억달러(약 200조원)를 투자해 약 34GWe 규모의 풍력·태양광발전을 건설했으나 하루 중 20~25%만 전력을 생산,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대체전력을 공급받아야 해 5년 전과 비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일은 태양광과 풍력의 저장용량 한계로 초과 전력을 유럽 국가로 수출하지만 한국은 어렵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오해도 많다고 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났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2만명가량의 사망자와 실종자는 일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 때문으로 당시 쓰나미로 원자로 3기의 디젤 제너레이터 오일탱크가 쓸려 내려갔지만 그로 인한 희생자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후쿠시마의 9.0 지진과 경주의 5.8 지진 폭의 차이가 두 배 정도 되는 게 아니고 109.0/105.6으로 1,600배”라며 “파괴력은 1,600의1.5승, 즉 6만4,000배로 하늘과 땅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 방사능은 지표에서도 라돈가스로 올라오고 하늘에서는 우주방사선으로 내려오며 물·음식·일용품이라든지 주변 어디에나 있다”고 덧붙였다.
원전해체 비용을 포함한 경제성도 원전이 가장 낫다고 했다. 장 박사는 “사용후연료 처분 비용과 제염해체 비용을 포함한 원자력발전 원가에 비해 액화천연가스(LNG)는 3.5 배, 풍력은 3.4 배, 태양광은 4.6 배 더 비싸다”고 밝혔다.
이밖에 장 박사는 “장기적으로 고속로와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처분 방법) 기술을 확보해야 원전기술의 선도국이 될 것”이라며 “중단 위기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제4세대 원전 고속로 프로젝트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