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한 南北지재권]②적대국 낙인에 중국의 韓상표 선점만 활개… 정부는 "트럼프 탓"

국내기업들 北지재권 DB 접근조차 안돼
중국 악질 선점 기승… 우회등록도 막혀
정부는 남북 실무협의도 못연 채 전전긍긍

북한 평양 시내 풍경.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8월말 A법무법인은 법인 상표를 북한에 직접 등록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통일부에 접촉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남북 관계가 달라졌다고 판단해 북한 내 지식재산권 등록 가능성과 방법을 확인한 다음 밀려드는 기업들의 의뢰 업무를 처리하자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돌아온 정부의 대답은 “10원짜리 하나도 북한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입장이라 상표권 신청료도 유엔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서 시도조차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수소문 결과 정작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엔 제재는 명목상 이유일 뿐 실제로는 한국에 대한 북한의 ‘적대국’ 낙인이 원인이었다.

국내 기업의 북한 지재권 직접 등록 절차가 ‘비우호적 국가’ 낙인으로 완전히 차단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제3국이나 중국 사업자의 이름으로 북한에 우회 등록을 시도하고 있다. 그래도 미래 남북 경협은 대비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판단 때문이다. ‘초코파이’와 ‘신세계(004170)’는 그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마저도 치앙쭈(한국기업 상표를 무단 선점하는 사업자), 치앤커(상표권 대량 보유자) 등 중국인들의 악질적 선점 때문에 녹록지 않다. 이미 등록된 ‘K-MART’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이 거부된 ‘E-MART’를 비롯해 국내 기업 전체 출원의 85%가 선등록 국제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중국은 북한에 4,330여 건의 국제상표를 출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북한 상표법에는 무효신청 제도가 없어 중국인 등이 한번 선점하면 이를 번복하기 매우 어렵다. 국내에서는 북한의 지재권 데이터베이스에 접근조차 할 수 없어 이미 선점된 상표나 특허가 무엇인지 파악이 안 되는 것은 물론 데이터베이스의 존재 여부도 아는 기업도 없다.

북한 관련 법무를 준비 중인 국내 한 로펌의 변호사는 “북한에 미리 상표를 등록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의 문의는 꾸준히 있지만 중국 사업자를 소개시켜 줄 수도 없고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한 지재권 담당 변호사는 “아프리카 오지에도 특허출원이 가능하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만 불가능한 상태”라며 “정부에서는 남북관계가 달라졌다고 하는데 미국도 가능한 북한 상표권 등록을 우리만 이유 없이 거부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한의 호응이 없다는 이유로 여전히 지재권 관련 실무 협의 일정도 잡지 못한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 내부적으로 ‘한국 기업은 등록시키지 마라’는 내부 지침이 지금도 있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며 “지재권은 유엔 제재 부담도 적고 기업들이 시급한 상황임도 알고 있기에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교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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