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트럼프 맞설 대권후보 풍년··“민주당, 첫 여성 대통령 탄생시킬까”

민주당 후보 경선에 여성 후보 5명 이상 등록할 듯
트럼프, 성추문-여성차별 발언 잇따르자 여성 유권자들 직접 나서
작년 11월 중간선거에 女의원 102명 의회 입성하며 ‘역대 최대’ 기록 세워
反트럼프 여성 운동인 ‘여성행진’ 시위 올해 美 전역서 세 번째로 열려

19일(현지시간) 올해 세번째로 열린 ‘여성행진(Women’s March)‘ 시위에 참석한 한 소녀가 로스엔젤러스(LA)에서 “여성들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LA=AFP연합뉴스

“저항하자” “여성들이 세상을 구할 것이다.”

오는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민주당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가 될 민주당 후보 경선에 여성이 5명 이상 도전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잇따른 성추문 속에 여성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폭행 의혹에 휩싸였던 대법관 후보마저 감싸는 등 폭주를 멈추지 않자 여성들이 직접 심판의 칼을 빼 들었다는 관측이다. ‘미투(Me Too)’ 열풍 속에 여성의 정치참여도 한결 활발해졌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중간선거를 넘어, 오는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여성 후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차기 백악관 주인 자리를 놓고 성 대결 리턴 매치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로이터연합뉴스

첫 스타트를 끊은 여성 정치인은 지명도가 높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이다. 그는 지난 연말에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어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주),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 털시 개버드 상원의원(하와이주) 등 3명이 대권 도전 레이스에 가세했고 에이미 클로부커 의원(미네소타주)도 한창 저울질을 하고 있다.

카말라 해리스 미 민주당 상원의원/AFP연합뉴스

털시 개버드 미 민주당 상원의원/로이터연합뉴스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미 민주당 상원의원/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베토 오루크 상원의원, 억만장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같은 민주당의 비중 있는 인사들도 뛰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여성이 최소 5명 뛰어드는 셈이다. 3년 전 힐러리 클린턴이 사상 첫 여성 대선후보로 선출될 때도 당내 여성 경쟁자는 없었다.

트럼프에 맞선 민주당발 여풍의 위력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입증됐다. 상원 25명, 하원 102명 입성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여성 의원 수가 가장 많았던 2년 전(84명)과 비교해 무려 18명이나 늘어난 신기록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역대 가장 많은 237명(민주 185명, 공화 52명)의 여성이 연방의원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일찌감치 예견됐던 ‘우먼파워’가 현실화 된 것이다.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은 여성 유권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보팅파워(voting power)’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선거 당일 여성 응답자의 55%가 하원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4년 전 중간선거 때보다 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CNN은 “여성 지지율이 62%에 이르는 민주당은 40%에도 못 미치는 공화당과 비교할 때 여성 투표율이 선거 승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로 치러진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중산층 백인 남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역할을 했다면 대졸 이상 여성 유권자들이 반트럼프의 선봉장이 돼 트럼프 견제를 실현한 셈이다. 선거분석 업체인 쿡폴리티컬리포트(CPR)는 “역대 최다 여성 하원의원 기록은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7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그의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가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에서 개최된 ‘미국을 위대하게’ 캠페인에 참석해 연설 전 키스를 하고 있다. /영스타운=EPA연합뉴스

반 트럼프 여성운동도 활발하다. 지난 19일(현지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 혐오적·인권 차별적 발언에 반대하며 조직된 ‘여성행진(Women’s March)‘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세 번째로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다음 날인 2017년 1월 21일 약 50만명이 워싱턴DC에서 모인 것을 시작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열린 것이다.

올해는 그동안 이 행사를 이끌어온 같은 이름(Women’s March)의 단체와 이 조직에서 분화한 ‘마치 온(March On)’이라는 곳이 미국 수 백개의 도시와 영국, 독일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이끌었다. 여성들은 역대 최장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표출하며 거리를 행진했으며, 워싱턴DC 시위 인원은 10만명으로 추산됐다.

매사추세츠의 시위를 이끈 ‘마치 온’의 나탈리 산체스 씨는 “2020년 대선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디모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킴벌리 그레이엄씨는 “트럼프 당선으로 낙심하다가 2년 전 여성행진에 참여하면서 희망을 얻었다. 중간 선거에서 많은 여성 후보자와 소수집단 후보자들이 이기는 것을 봤다”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소수민족 출신의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카말라 해리스 후보는 미국 유권자들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과감히 저버리고 여성 대통령을 뽑을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절대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대선 출마 선언에 앞서 A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틀림없다. 국민들을 좀 더 신뢰하라. 그들은 더 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NBC방송은 “차기 대선에서 여성과 젊은 층의 표심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어 민주당이 참신한 여성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타이틀에 재도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워싱턴포스트(WP)는 2005년 유부녀를 유혹하려 하고 여성의 은밀한 신체까지 거론하는 상스런 음담패설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체를 만천하에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스타면 뭐든지 하게 (미녀들이) 허용한다” “XX(여성의 성기를 지칭)를 움켜쥐고, 어떤 것도 할 수 있다” “그녀한테 접근했는 데 실패했다. 결혼한 상태였다”고 말해 미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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