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줘 고맙다" 김정숙 여사 편지에 심석희 "외롭게 견디는 분께 힘 되고파"

선물받은 초록색 머플러 착용하고
내달 1일 ISU 월드컵 위해 독일행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가 김정숙 여사가 선물한 초록색 머플러를 두르고 있다. /연합뉴스

“운동선수 이전에 한 여자로서 큰 용기를 냈습니다. 어딘가에서 또 힘든 시간을 외롭게 견디고 있을 분들에게 큰 힘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한국체대)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보낸 답장의 내용이다.

심석희가 아픔을 딛고 다시 달린다. 그는 다음 달 1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 출전을 위해 27일 출국했다. 검은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공항에 도착한 심석희는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거나 휴대폰을 확인하며 담담한 표정으로 출국길에 올랐다. 초록색 머플러도 눈에 띄었는데 김정숙 여사가 선물한 것이었다.


심석희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27일 “지난 24일 영부인께서 비서관을 통해 심석희 선수에게 전달해달라며 편지와 녹색 머플러를 보내왔다”며 “선물을 전해 받은 심 선수는 26일 오후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긴 답장을 영부인께 보냈다”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는 편지를 통해 “긴 시간 동안 혼자 아파하며 혼자 눈물 흘리며 속으로만 담아두었을 고통의 응어리를 녹여주고 싶다. 오랜 시간 혼자 고통을 견디던 방에서 걸어 나오면서 꿈을 향해 달려온 길을 더 이상 못 가게 될까 봐 얼마나 겁이 났을까요”라고 위로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과 이 사회의 내일을 위해 용기를 내줘 고맙습니다”라고 격려했다. 선물에 관해서는 “초록색을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초록은 겨울을 딛고 일어나 봄을 만듭니다. 석희씨가 희망이 돼줘 봄이 더 빨리 올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심석희는 답장에 “아직은 출구가 잘 보이지 않지만 따뜻한 영부인님의 응원에 힘입어 차분히 잘 찾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욱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1년 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했던 심석희는 성폭행까지 당했다며 지난달 조 전 코치를 추가 고소했다. 심석희의 폭로를 계기로 체육계 미투가 확산했고 급기야 범정부 차원의 개혁 선언도 나왔다. 이사이 심석희는 대표팀에 복귀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이어갔다.

송경택 대표팀 감독은 “심석희를 포함해 선수들 모두 하나가 돼 밝게 웃으며 준비했다. 묵묵히 훈련에 열심히 임했다”며 “(성폭행 의혹 폭로로) 선수들이 더 뭉치는 계기가 됐다. 선수들끼리 소통도 잘 하면서 훈련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대표팀은 5차 대회 뒤 이탈리아 토리노로 이동해 다음 달 8~10일 6차 대회에 참가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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