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존 리포트 ⑥산업] 자율주행차 GM 175대...'발 묶인' 한국은 전체 합쳐 47대

<하>표류하는 미래산업-韓만 '갈라파고스의 섬'
우버 등 승차공유 업체 배달·금융으로 사업 넓히는데
카카오 서비스 막혀...K바이오·블록체인 육성도 난항
정부 자율주행 면허 신설 법안 내놨지만 입법 '하세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우스오브마켓에서 북쪽 피셔맨스 워프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우버 차량을 호출하자 1분여 만에 도요타 한 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피셔맨스 워프에서 내려 이번에는 자전거로 해안가를 달리기 위해 다시 우버 애플리케이션을 켜자 주변에 세워져 있는 전기자전거(점프바이크) 수십 대의 위치가 표시됐다. 우버 플랫폼 하나로 차량과 자전거를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었던 셈이다. 미래 산업의 시작은 플랫폼 구축이다. 미국의 우버와 리프트, 동남아시아의 그랩 등이 승차공유서비스를 넘어 플랫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람과 차량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음식배달·택배·금융·보험까지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KT(030200) 2대 등 총합 47대에 불과하다. GM 한 곳의 자율주행차가 한국 전체의 자율주행차보다 약 4배 더 많은 것이다.

모빌리티 업계의 관계자는 “정부에서 허가받은 차량 숫자 자체가 적다 보니 기술개발과 상용화까지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잡한 규제와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도 나온다. 구글 웨이모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운전자의 제어가 필요 없이 차량이 스스로 움직이는 레벨 4단계의 자율주행 택시가 상용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국내는 도로교통법과 자동차관리법·손해배상보장법 등 다양한 법을 먼저 손봐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오는 2020년까지 운전자 범위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포함시키고 2026년 자율주행차 전용 면허를 신설하는 로드맵을 지난해 11월 내놓았지만 실제 입법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K바이오·블록체인·AI도 첩첩산중=미국에서는 최근 애플워치4의 심전도 측정기능 덕분에 심방세동 증상을 확인해 치료를 받은 사례가 화제가 됐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승차공유 업체 고젝(Go-Jek)이 출시한 고메드(Go-Med)를 이용해 새벽에도 의사로부터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애플보다 먼저 심전도 측정기능을 개발하고 원격진료 기술을 갖추고 있는 한국에서는 규제로 인해 막상 상용화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다른 신산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블록체인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9’에서 5세대 이동통신(5G)·사물인터넷(IoT)·헬스 등과 함께 처음으로 주요토픽으로 선정됐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경쟁이 불붙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투기’라는 딱지에 신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공개(ICO)를 허용하고 블록체인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AI 산업은 방대한 데이터가 기술 발전의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기업은 음성 원본정보를 수집해 이용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사용자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식별 개인정보를 활용해 AI와 빅데이터 사업을 활성화하고 국가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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