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너무 무례"…대선 계획 내놓으라는 유럽 요구 거부

“누구도 우리에게 최후통첩 못해”…英·佛·獨 “계획 없으면 과이도 인정”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의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56)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일주일 정도의 시간 내에 새로운 대선계획을 발표하라는 유럽 국가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의 터키 내 방송인 ‘CNN 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유럽국가들)은 이 최후통첩을 거둬야 한다. 누구도 우리에게 최후통첩을 보낼 수 없다”고 밝혔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는 유럽에 매여있지 않다. 이것은 너무 무례하다”며 유럽 국가들의 요구를 ‘실수’라고 규정했다.

앞서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을 주도하는 과이도(35) 국회의장은 지난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했다. 이에 지난 26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는 마두로에게 8일 내로 자유롭고 공정한 대선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야권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동시에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같은 날 베네수엘라가 향후 며칠 내에 대통령 선거 재실시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과 스페인도 비슷한 최후통첩을 날렸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전날 자국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같은 유럽의 요구를 이미 한차례 거부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유가 하락 속에 미국의 경제제재가 더해져 초래된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혼란을 못 이겨 많은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는 가운데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유력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은 무효라며 마두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분열된 야권에서 일부 후보가 대선에 나섰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과이도 국회의장의 임시대통령 선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고 캐나다와 브라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일부 우파 국가들도 즉각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나 인터뷰에서 “과이도 의장이 헌법을 어겼다”면서 미국이 자신의 집권에 반대하는 쿠데타 시도를 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은 미국과 관련됐다”면서 “그들(미국)은 우리를 공격하고 있으며 그들은 베네수엘라를 자신들의 뒷마당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대화)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나는 트럼프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미국과의 대화 의지도 내비쳤다.

미국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데 반발해 지난 23일 미국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던 베네수엘라 정부는 당초 사흘이던 미 외교관들의 철수 시한을 30일로 연장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미국 측과 상대국에 각자 자국 대사관을 대체할 이익대표부를 두는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이다. 한편, 최근 우파 국제사회로부터 집중적인 퇴진 압력을 받는 마두로 대통령의 든든한 지지세력이었던 군부에서 첫 이탈자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DC에 무관으로 파견된 호세 루이스 실바 대령은 전날 자국민과 군부에 보내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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