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이번엔 민간인 사찰 파문...사설 업체에 미군기지 반대파 감시 의뢰



주일 미 해병대 기지인 일본 오키나와의 후텐마 비행장 전경/블룸버그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반대파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을 감시해 달라고 사설 경비업체에 이른바 ‘민간인 사찰’을 의뢰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고 있다.

28일 마이니치신문은 오키나와현 헤노코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의 경비를 담당하는 업체인 ‘라이징선시큐리티서비스’가 방위성으로부터 기지 이전 반대파 리스트를 만들어 감시하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가 입수한 이 회사 현장 책임자가 자사 대표이사에게 보낸 내부 문서에 따르면 오키나와 방위국 조달부 차장은 지난 2015년 2월 해당 책임자에게 ‘반대파 리스트’를 만들어 반대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의 동향을 파악해 달라‘고 의뢰했다.

일본 정부가 민간 업체에 사실상 민간인을 사찰하도록 지시 한 것이다.


이후 일본 정부의 의뢰를 받은 경비회사는 반대파 시민 60명의 얼굴 사진과 나이, 경력 등의 정보가 적힌 리스트를 작성했다. 당초 이 리스트는 지난 2016년 오키나와 지역신문인 오키나와타임즈가 처음 보도했지만, 당시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날 마이니치신문이 의뢰 사실이 담긴 자료를 공개하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과 함께 거짓 해명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마이니치의 보도와 관련해 “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오키나와현 기노완 시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지를 같은 현 나고시의 헤노코로 정했지만, 오키나와에서는 비행장을 아예 오키나와 밖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후텐마 비행장은 기노완시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데다 주변에 주택 밀집 지역이 있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이라고 불린다.

현재 일본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도 기지 이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달 부터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대상지인 헤노코 해안에 대한 토사 매립에 착수했다.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회(중·참의원)에서 한 시정방침 연설을 통해 “ 안전보장 정책 차원에서 오키나와 후텐마 비행장을 매립 예정인 헤노코로의 이전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오키나와현은 미군 기지 이전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다음 달 말 실시할 계획이다. 주민 투표 결과에 따라 오키나와 현은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는 등 실력행사도 불사할 방침이어서 헤노코 이전 공사를 둘러싼 양측간 대립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오키나와 현에는 주일 미군기지의 70% 가량이 몰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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