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현대오일뱅크 아람코에 지분 매각… IPO는 무기한 연기

오일뱅크 시가총액 10조원 산정…1조8,000억 투자 유치
“현대오일뱅크 상장 연기 불가피…일정 재검토”
서울사무소에서 IPO 실무진도 철수

현대중공업지주(267250)가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에 매각한다. 이번 매각으로 2조원 가량을 확보하면서 진행 중이었던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는 무기한 연기됐다.

28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람코와 1조8,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가 성사되면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19.9%를 확보한 2대 주주로 올라선다. 아람코는 현재 에쓰오일의 지분 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20% 이상 인수하면 현대오일뱅크를 에쓰오일의 계열사로 편입해야 해 19.9%만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후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율은 71%로 조정된다.


이번 계약 당시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약 10조원으로 평가했다. 한 주당 3만 6,000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계약으로 조달한 자금을 신사업투자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2017년부터 추진해 온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는 아람코의 대규모 지분 투자를 기점으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현대중공업지주측은 상장으로 2조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회계감리 이슈에 발목을 잡혀 일정이 지연됐고 연내 상장도 불발됐다.

상장 일정이 늦어지면서 업황에도 변화가 생겼다. 유가 하락 및 정제 마진 약세 등으로 올해 정유 업황이 부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평가시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다.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현대오일뱅크의 IPO에 대한 의지도 사실상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주식 처분 이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의 투자 유치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사무소에 상주했던 상장 주관사단도 이날 모두 철수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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