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는 29일 발표예정인 삼성전기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3,2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은 22% 증가한 2조947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력 매출원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반도체와 함께 고점 논란에 휩싸였지만 삼성전기가 생산하는 고사양 MLCC는 보급형 MLCC와 달리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실적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다.
‘전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 실적 호조가 이어지며 IT업체들과 달리 실적호전을 이어가고 있다. 모든 전자제품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부품인 MLCC는 전기를 가뒀다가 필요한 양을 내보내는 댐 역할을 한다. MLCC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기 컴포넌트솔루션 사업부의 작년 3·4분기 영업이익은 3,930억원으로 전년 동기(790억원) 대비 5배 가까이 성장했다. MLCC가 삼성전기의 작년 3·4분기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달한다. MLCC가 삼성전기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작년 3·4분기 컴포넌트솔루션(MLCC) 사업부의 공장가동률도 94%에 달해 전년 동기(67%) 대비 크게 증가했다. 모듈솔루션(45%)와 기판솔루션(62%) 사업부와도 큰 차이가 난다. 작년 4·4분기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가 부진하면서 MLCC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향후 전장과 5G 등 고부가 MLCC 수요가 탄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도 올 1·4분기에는 갤럭시 S10 출시에 힘입어 MLCC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기의 1·4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3,604억원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인 MLCC 수요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스마트폰에 비해 수요가 많은 전장 관련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스마트폰 한 대에는 800~1,000개의 MLCC가 들어 가지만 전기차에는 1만 5,000개에서 2만개 가량의 MLCC가 필요하다.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전장 관련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5년 420억달러 규모에서 2035년 77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MLCC를 생산하는 업체 중에 고사양부터 저사양 제품까지 모두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일본의 무라타제작소와 삼성전기 정도로 손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무라타와 삼성전기 등 AI용과 전장용 등 고부가 MLCC를 만들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들 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며 “작년 말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MLCC 업체들의 실적이 타격을 입는 등 IT용 MLCC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앞으로 공급부족인 전장용 고부가 MLCC 시장에서 업체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기도 전기차·자율주행 등 전장용 MLCC 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기는 작년 9월 이사회를 열고 중국 천진 생산법인에 전장용 MLCC 공장을 신축하기 위해 5,700여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의했다. 아울러 부산사업장도 전장용 MLCC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기 MLCC 사업에서 전장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7년 2.5%에서 지난해 5%, 올해는 10%로 증가할 전망이다. 또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은 지난 2017년 300억원에서 오는 2020년 1조 3,000억원으로 4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