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철 우리은행 CDO "쉽고 빨라진 위비뱅크 3월 오픈 올 신규고객 20% 디지털채널로 확보"

[디지털에서 미래찾는 금융 <2>우리은행]
위비뱅크에 누적된 데이터
핀테크 벤처들에 무상 제공
은행·보험사 규제 풀어주면
금융산업 혁신 속도 붙을 것

황원철 우리은행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우리은행은 올해 제2의 디지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전략에서만큼은 재창사 수준의 대대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복안이다.

이 같은 디지털 드라이브의 중심에는 손 회장이 직접 발탁해 지난해 6월 영입한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상무)가 있다. 그는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휴렛팩커드(HP), 하나투자금융 최고정보책임자(CIO) 등을 거쳐 금융과 기술의 접점을 찾을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황 상무는 2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목표는 디지털도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회사들이 디지털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집중 투자를 감행하고 있지만 아직 수익을 내는 수준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구체적인 목표로는 올해 우리은행 신규 고객의 20%를 디지털 채널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소비자들이 직장이나 집에서 가깝거나 목 좋은 상권에 있는 영업점포에 ‘우연히’ 들러 우리은행 고객이 되는 행운을 기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전통적인 은행 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은 입지와 브랜드, 상품 구성, 행원의 친절함 등인데 모두 타사와의 차별성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우리은행의 온라인 채널이 기존의 은행들보다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을 끌어오고 여기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의 온라인 채널은 올해 대대적인 개편이 단행된다. 특히 위비뱅크·우리은행원터치개인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모두 수술대에 오른다. 황 상무는 “지난해 우리은행에 합류한 후 모바일 앱들에 어떤 경쟁력이 있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했고 이후 개편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위비뱅크는 기능을 송금과 환전 등 핵심 업무만 남기고 간소화해 오는 3월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위비뱅크의 경우 브랜드 이름까지 아예 바꾸는 방안도 그룹 차원에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신 위비뱅크에 누적된 각종 데이터는 핀테크 창업 기업에 무상으로 제공된다. 위비뱅크를 핀테크 플랫폼으로 활용해 고객을 끌어모으는 최전선 창구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핀테크 업체는 위비뱅크 플랫폼을 다양한 영업활동을 해볼 수 있는 ‘놀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신생 핀테크 업체들은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좋아도 마케팅 노하우나 자금이 부족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위비뱅크 플랫폼에서 영업에 나서면 수백만의 고객을 단숨에 끌어들일 수 있어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은행은 이 과정에서 신생 업체들에 브랜드 사용료나 발생 이익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고 핀테크회사가 성공을 거둬 위비뱅크에서 독립해 나가는 경우에 대비한 별도의 구속조항도 걸지 않을 계획이다.

한편 황 상무는 금융당국의 핀테크 육성 전략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금융당국도 금융혁신을 위해 핀테크 육성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존의 은행이나 보험사들도 혁신 ‘플레이어’로 인정해주고 이들을 위한 규제도 풀어줘야 혁신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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