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실리콘밸리에 다녀왔다. 이전에도 두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어 낯설지 않았고 겉모습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람이나 건물이나 도시나 겉과 속은 많이 달랐고 실리콘밸리 역시 매일 진화하고 있었다.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 1939년 실리콘밸리 최초의 벤처기업 HP가 차고에서 창업해 음향발진기를 생산했고 디즈니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HP 이후 실리콘밸리의 주역들이 계속 변하고 있다. 1968년 인텔(반도체), 1976년 애플(컴퓨터), 1984년 시스코(네트워크 장비), 1994년 야후(포털), 1998년 구글(검색), 2003년 테슬라(전기차), 2004년 페이스북(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2009년 우버(차량공유), 2011년 스냅챗(모바일메신저)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왜 강한가. 첫 번째는 기술력을 토대로 시장을 선도하면서 진화하는 생태계라는 점이다. 또 하나의 강점은 스탠퍼드대다. HP를 세운 윌리엄 레딩턴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의 모교가 스탠퍼드대이고 두 제자에게 기술을 전하고 시험 장비를 제공하고 투자자를 연결해준 사람도 스탠퍼드대의 프레더릭 터먼 교수였다. 스탠퍼드대는 교수의 창업도 활발하다. 스탠퍼드대의 대부분 학과에는 창업 강좌가 개설돼 있다. 또 다른 강점은 허름하고 가벼운 차고(garage) 창업의 문화다. 기술력 중심으로 가볍게 창업하고 빨리 실패하고 그 실패를 토대로 더 큰 성공을 거두는 실리콘밸리만의 창업문화에 주목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101가지 강점 가운데 마지막은 네트워킹이다. 실리콘밸리에 많은 것 중 하나가 이러저러한 미팅과 세미나와 파티다. 아침·점심·저녁에 이뤄지는 공식·비공식 미팅을 통해 첨단지식과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고 공유된다. 실리콘밸리에는 기업문화와 생태계처럼 드러나지 않는 강점들이 많다.
우리는 어떤가. 연구실에만 머무는 교육과 연구개발(R&D)이 아니라 산업현장에 도움이 되고 사업으로 연결되는 R&D를 염두에 두면서 창업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과 창업생태계의 조성이 필요하다. 너무 어려운 일인가. 그럼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자. 독일의 기초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하고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70여개의 프라운호퍼연구소가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분들만 소장으로 모시는 것처럼 우리도 사업경험과 기업가정신이 우수한 분 중에서 테크노파크의 원장,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소장을 선발하면 좋겠다. 글로벌혁신센터(KIC) 실리콘밸리의 소장처럼 해외경험이 많은 민간인 출신을 영입하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