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댓글 조작’ 공모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댓글 조작 의혹’ 재판 1심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증거는 드루킹 김동원씨와 김 지사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이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김 지사가 뉴스 기사 댓글 작업을 지시하는 등 드루킹 김씨와 소통하기 위해 사용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재판부는 30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김 지사 측이 “댓글 조작 행위를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진행된 재판에서 김 지사는 “드루킹 측이 뉴스 기사에 선플 작업만 하는 줄 알았으며 댓글 조작이나 공감 수 클릭을 통한 기사 순위 조작은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확인되는 드루킹 김씨가 작성한 온라인 정보보고 문서의 문체와 내용을 보면 김 지사에게 보고하는 듯한 표현이 상당수 발견된다”며 “김 지사가 조직적 댓글 작업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댓글 작업을 통한 대선운동에 대한 보답으로 김 지사가 도두형 변호사에게 센다이총영사직을 제안한 것도 텔레그램 메시지와 드루킹 측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근거로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와 만나 경공모 회원인 도 변호사를 일본 대사로 추천해달라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하자 더불어민주당 관련 정치 기사에 선플 작업을 중단하고 악플이 올라가도록 조정하는 정황이 텔레그램에 남아 있다”며 “이후 드루킹 김씨가 김 지사의 보좌관인 한주형씨를 만나 일본 대사 대신 오사카총영사 자리를 제안받고 댓글 작업을 재개하는 내용도 메시지에 남아 인사 추천과 댓글 작업을 계속 논의해온 점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킹크랩 시연을 목격하지 않았다는 김 지사의 주장도 일축했다. 김 지사가 드루킹 측의 본거지인 파주 산채를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던 날짜와 시간에 맞춰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 로그 내역이 확인된다는 이유에서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범행 당시 김 지사는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부정한 방법으로 여론을 왜곡하려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배격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며 “그런데도 목적 달성을 위해 거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공직 제안까지 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여러 객관적인 물증과 이에 부합하는 관련자 진술에도 범행을 모두 부인하는 김 지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김 지사가 법정 구속된 데는 증거가 명확한데도 줄곧 범행을 부인해온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 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