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피고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가운데 성창호 부장판사가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옛 새누리당의 선거 공천 개입’ 관련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의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 조작에 공모했다며 유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47)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성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점에서 국고 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또 공천 개입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추가로 선고했다. 그는 다만 특활비를 뇌물로 볼 수는 없다며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의 국고 손실 혐의에도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징역 3년, 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각각 징역 3년 6개월을 받았다. 다만 ‘국정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건넨 뇌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성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군 법무관을 거쳐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했다. 성 부장판사는 서울·창원·수원지법을 거쳐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심의관을 지냈다. 그는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2016년 정기인사 때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해 영장전담 업무를 맡은 성 부장판사는 그해 말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핵심 인사 상당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내줬다. 그의 결정으로 박근혜 정부의 ‘왕실장’이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 ‘스타 장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김경숙 전 이대 학장 등이 구속됐다.
이외에도 각종 대형비리 사건의 영장심사도 그의 몫이었다. 성 부장판사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법조비리 수사와 관련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홍만표 변호사, 김수천 부장판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그는 2016년 9월 민중 총궐기 시위 당시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졌다가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시신 부검 영장을 ‘조건부’ 발부해 여야 정치권 양쪽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시 성 부장판사는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부검 장소와 참관인, 촬영 등 절차를 유족과 협의해 결정하고 부검 실시 시기·방법·절차·경과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및 공유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