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플랜 B에 대한 투표를 앞두고 주요 계획안을 설명하고 있다. /런던=신화연합뉴스
영국 의회가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재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연기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된 ‘안전장치(백스톱)’의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EU는 “재협상은 없다”고 단호히 선을 긋고 있어 영국이 아무 합의도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은 향후 브렉시트를 어떻게 추진할지와 관련한 계획을 묻는 표결에서 ‘노딜’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 대안 협정을 포함한 재협상을 추진하되 브렉시트 시한을 연기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부결시킨 영국 하원의원들은 테리사 메이 총리의 ‘플랜 B’에 대해 일곱 가지 수정안을 제시했으며, 이에 대한 표결 결과 이 같은 결론이 도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의회가 브렉시트 연기와 노딜은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메이 총리가 의회로부터 재협상 명분을 얻어낸 만큼 이른 시일 안에 EU와 협상을 시작해 2월13일 새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meaningful vote)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2주간이 브렉시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EU가 즉각 재협상 불가를 못 박고 나섬에 따라 난항이 예상된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안전장치는 브렉시트 협상안의 일부로 재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현재 합의안이 최선이며 재협상 여지는 없다”고 확인했다.
브렉시트 시한까지 두 달을 남겨둔 시점에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WSJ)도 “‘플랜 C’를 마련해야 하는데 한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며 “시간 부족으로 노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금융시장도 출렁이고 있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의회 표결을 앞두고 소폭 상승 출발했다가 급락 전환하면서 장중 저점을 경신했다.
다만 EU 역시 노딜 브렉시트를 원하지 않는 만큼 영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메이 총리는 앞으로 EU 수뇌부와 접촉해 재협상을 위한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