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선 때도 '축적의 길' 읽어"...이정동 "조용필처럼 늘 새 시도하는 게 혁신"

■이제민 국민경제자문위 부위원장·이정동 경제과학특보와 오찬
文, 靑 전직원에 '축적의 길' 설 선물
文 "공직문화, 혁신 이끌기엔 아직은 굳어있어"
이제민 "공공부문 확대·효율성 혁신 함께 가야"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가운데),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경력자 창업’이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며 “앞으로는 그 말을 써야 겠다”고 밝혔다.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은 “미국은 창업자 평균 나이가 40대 중반”이라며 “정부도 이런 경력자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0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 특보,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오찬을 하고 이같이 말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특보에게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책을 통해 잘 알고 있다”며 “대선 때 한참 바쁜데도 이 교수의 책을 읽었고 이런저런 자리에서 말할 때 잘 써먹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 특보는 ‘축적의 길’, ‘축적의 시간’을 썼으며 문 대통령은 이를 정독하고 감명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편지와 함께 ‘축적의 길’ 책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설 명절을 맞아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선물한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의 저서 ‘축적의 길’의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이날 대화의 주제는 경제와 혁신 분야였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벤처기업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 대부분은 실패했다”며 “그러나 그걸 인수한 사람들은 성공을 했다. 창업자들이 8~9부 능선까지 올라갔다가 마지막 고비를 못 넘겼던 건데 인수자들이 앞 사람들의 실패를 교훈삼아 성공률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특보는 “실패를 해도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뒷배가 튼튼해야 앞으로 나간다”고 화답했다.


이 특보는 혁신을 위해서는 현장의 공무원들이 민간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성문법 체계와 관련이 있다”며 “법적인 근거가 없으면 과감한 행정을 펼 수가 없다. 감사원 문책이 두려우니 자기가 다쳐가면서까지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도록 법령을 폭넓게 해석해줘야 한다”며 “감사원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아직 공직문화가 굳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경제과학특보, 김수현 정책실장, 이 부의장, 문 대통령, 노영민 비서실장. /연합뉴스

이 특보는 “미국 창업자 평균 나이가 40대 중반이고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하이테크 창업자 평균 나이는 50대”라며 “경험이 풍부하고 시행착오가 온몸에 새겨진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20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시니어 창업’이라는 말을 써서 뭔가 어색했는데 앞으로는 경력자 창업이라는 말을 써야겠다”고 화답했다.

공공부문, 정부 재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제민 부위원장은 “국민들이 공공부문 확대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놀고 있는 공무원도 많다는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 확대와 더불어 개혁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며 “옛날처럼 사람을 자르는 개혁이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방향성을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부위원장은 “정부 출범 후 2년간 재정을 긴축해온 측면이 있다”며 “올해 확장적 재정운용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정확장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특보는 “재정확장을 개인 돈으로 보면 주머니를 키우는 건 케인즈식으로 하고 쓸 때는 슘페터식으로 혁신적으로 하는 게 좋다”며 “조용필을 좋아한다. 놀라운 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한발씩 내딛는다. 그게 혁신”이라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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