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애플의 ‘차이나 쇼크’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둔화의 여파로 중국 시장 내 아이폰 판매가 뚝 떨어지면서 2019회계연도 1·4분기(2018년 10~12월)에 아이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5%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장기적인 회복을 자신했지만 시장에서는 애플의 고가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애플은 29일(현지시간) 지난해 10~12월 총매출액이 843억달러(약 94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 2일 애플이 하향 조정했던 전망치와 부합하는 수준이다.
애플에 치명상을 안긴 것은 예상대로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이 기간 애플의 중국 매출액은 131억7,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무려 27%나 급감했다. 앞서 2일 쿡 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경기 둔화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아이폰 수요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애플의 1·4분기 매출 전망을 기존 890억∼930억달러에서 5~9% 낮은 840억달러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유럽·일본·아시아 등 대부분 시장에서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애플의 최대 수익원인 아이폰 매출은 519억8,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5% 추락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526억7,000만달러)보다도 다소 낮은 수치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가 줄어든 반면 맥북 등 다른 제품군의 판매가 늘고 아이클라우드 등 서비스 부문이 선전하고 있다며 이번 실적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아이패드 (17%), 웨어러블·액세서리(33%), 애플뮤직을 포함한 서비스(29%) 등 아이폰을 제외한 부문에서 매출은 대부분 상승했다. 쿡 CEO는 “우리가 매출목표(가이던스)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이번 실적은 장기적으로 우리 사업의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폰이 여전히 애플 총매출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아이폰 판매 둔화가 애플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폰 가격이 최대 1,35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교체주기를 늘리고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의 중저가 상품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애플이 아이폰의 수요증가 둔화를 가격 인상으로 상쇄하려 했으나 역풍을 맞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애플은 이날 강달러에 따른 환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쿡 CEO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폰의 해외 현지가격을 1년 전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며 “각 시장에서 판매확대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