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연일 뜨거운 관심 속에 방영된 ‘SKY 캐슬’이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월화수목캐슬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 ‘SKY 캐슬’의 조현탁 감독이 종영을 앞두고 드라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동 베스트 웨스턴 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는 JTBC 드라마 ‘SKY 캐슬’ 조현탁 감독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SKY 캐슬’은 첫회 1.7%에서 23.2%까지 치솟으며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조현탁 감독은 “1.7% 나온 날을 기억한다. 그날 극중 아이들과 아침부터 촬영을 했는데, 힘이 빠지는 건 사실이었다”라며 “그때 촬영 감독이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 하는데 힘이 됐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다 해놓고 연연했었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그날 작가님과 통화했는데 작가님도 1.7% 시청률에 대해 서운함이 있으신 것 같더라. 그때 내가 4%를 넘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런 사례가 있습니까’라고 하시더라”라며 “4%를 넘으면 밥을 사겠다고 했는데 이후부터 계속 올랐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시청률뿐 아니라 ‘SKY 캐슬’은 가히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했다. 드라마 속 대사가 다양하게 패러디되는가 하면 드라마 부문 화제성이 7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어디를 가든 ‘SKY 캐슬’에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 화두였다.
조 감독은 “수치만 봤을 뿐 체감은 잘 못했는데, 어느날 스태프들과 밥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서 ‘SKY 캐슬’ 이야기를 하시더라. 안 보신 분을 설득하기까지 하시는데 일어나서 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라며 “이유를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사회적인 이슈나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들었던 교육열에 대한 부분을 드라마가 건드리기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이 봐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대본만큼이나 섬세한 연출도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물 감정에 따라 두 개의 상이나 이중 거울을 활용하는가 하면 뒷모습, 손동작까지 파고들었다.
조 감독은 “워낙 극중 인물들끼리 주고받는 것들이 많아서 표정과 액션에 집중해서 만들려 했다. 겉으로는 축하를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몹시 쓰린 인물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처음부터 다양한 연출을 준비해서 진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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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태프들부터 배우들까지 한 마음으로 촬영한 것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스태프들이 오디션에 함께 참석해 역할에 가장 잘 맞는 배우를 고르는가 하면, 배우 이태란은 독감에 걸린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고.
조 감독은 “현장에 가면 배우들이 놀라울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해준다.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라며 “배우들 모두 굉장히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같이 촬영하면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다. 모두 자신의 캐릭터에 빙의돼 있어서 작가님이나 나보다 더 자신들의 캐릭터를 잘 알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다만 드라마의 인기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했다. 17회 대본이 온라인 상에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는가 하면, 최근에는 OST 표절 의혹도 제기됐다. 또 방송 이후 입시 코디네이터에 대한 문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의사가 사망한 사건을 두고 ‘SKY 캐슬’의 여파라는 지적도 있었다.
조 감독은 “실제 입시 코디를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게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맨얼굴인 것 같다”라며 “입시 코디네이터가 있다는 정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식의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에 20부까지 끝나고 나면 달라지는 생각이 있으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흉기 사건에 대해서도 “강준상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한 것일 뿐,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의도치 않았지만 상처를 입으신 분들이 있거나, 물의를 일으킨 점이 있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여기에 극 중 약자의 입장에 있는 혜나라는 인물의 욕망과 사망까지의 과정을 다루며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조 감독은 “혜나 캐릭터가 이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극 속에서 약자는 착하고 지고지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며 “설명이 안 되는 것도 많고 당장 내 옆에 있는 사람만봐도 입체적이지 않나. 이렇게 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파장이 클 것이라 예측하고 한 것이 아니라 현실감 있게 반영하자는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소재들이 악의적으로 사용되고 개연성이나 설득력 없이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서만 사용될 때는 문제가 되지만 막장은 죄가 없다”라며 “흔히들 말하는 막장 소재가 드라마에 등장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주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연일 화제의 중심에 있는 ‘SKY 캐슬은’ 이제 단 1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결말을 두고 누리꾼들의 다양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 감독은 “오늘 새벽까지 마지막 편집을 했고 지금은 음악작업을 하고 있다”며 “마지막회는 방송으로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인기리에 방영된 ‘SKY 캐슬’은 오는 2월 1일 20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