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시 35층 이하 층수 규제를 고수해 온 서울시가 새로운 ‘높이 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착수한다. 주요 한강 변 재건축 단지들이 50층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층수 규제에 대한 입장을 선회할지 주목된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내달 중으로 ‘도시관리 차원의 지상공간정책 가이드라인 연구용역’를 발주할 계획이다. 5억 원의 예산이 배정된 이 사업은 학술용역으로 층수 기준을 완화할 수 있는 지역을 찾는 것이 목표다.
◇ 층수 규제 연구 용역 내달 발주 = 시에 따르면 연구 과제에는 건물 높이를 현행 기준보다 높일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하고 이들 지역에 기준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섰을 경우 경관이나 일조권 문제를 시뮬레이션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예상 사업기간은 올 3월부터 2020년 10월까지이다. 연구 결과는 층수 규제를 포함한 서울시의 모든 도시·건축 계획에 적용되는 ‘2040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부터 2020년 완성을 목표로 ‘2040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은 서울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법정 최상위 계획으로 아파트 35층 층수 규제는 지난 2014년 수립한 ‘2030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의 높이 관리 정책은 2030 서울시 도시기본계획과 용도지구, 경관계획 등 다양한 기준에 의거해 이뤄진다”며 “각각의 정책별로 흩어진 높이 관리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고 같은 높이 규제를 받는 지구라도 높이를 완화해 줄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35층 규제’ 바뀔까 초미의 관심 = 이 같은 서울시의 입장 변화는 재건축업계와 건설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서울시의 ‘35층 룰’이 워낙 확고부동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50층 아파트를 추진했던 은마아파트가 4번이나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도전했지만 층수 문제로 좌절됐다. 하지만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 높이 관리 기준에 대해 “2040 서울시 도시기본계획 수립 시 지역별·특성별 실효성 있는 관리 방안도 추가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며 한 발짝 물러선 입장을 밝히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는 다수의 재건축 단지에서 50층 초고층 아파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 장미 1·2·3차 아파트가 종 상향을 통해 최고 50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3구역도 최고 49층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압구정3구역은 한강변 반대쪽 주동은 최고 지상 49층으로 조성하고 한강변으로 갈수록 낮아지도록 설계해 평균 35층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물론 한강 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할 경우 거주민이 아닌 시민들의 도시 경관 조망권 침해와 더불어 기존에 35층 이하로 허가를 받은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과의 형평성 시비 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망권이나 일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연구를 하는 것”이라며 “예민한 사항인 만큼 연구 용역 기간도 길게 부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