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합법인' 설립 합의…대우조선 '고용·단협승계' 변수

20년만에 민영화 나서
산은 보유주식 전량 현물출자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하지만
엔진 등 조선생태계 피해자 나올수도
일각선 통합 시너지 효과 의문
양사 노조 반대로 난항 예상도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지주에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넘기는 민영화에 돌입하면서 조선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 체제로 이어져 온 한국 조선산업이 글로벌 조선업계의 20%를 차지하는 ‘1강(조선통합법인)’과 ‘1중(삼성중공업)’ 체제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반대에 따른 난관도 예상되지만 거래가 완료될 경우 협력업계 등 관련 생태계의 질서 변화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은은 대우조선 민영화 시점을 ‘지금’으로 결정한 데 대해 대우조선의 경영환경이 크게 개선된 현재가 민간 조선업 전문가를 찾을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년 만이다. 3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2015년 말 5,544%에 이르던 대우조선 부채비율이 지난해 3·4분기 222%로 낮아졌고 2017년 7,000억원,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을 위한 민간 주인 찾기가 필수”라고 말했다. 조선업 비전문가인 산업은행 관리체제 하에서는 추가적 경영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조선업계에서는 산은과 현대중공업지주가 이미 거래 방안에 합의하고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만큼 대우조선·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을 거느리는 거대 조선통합법인 출범이 기정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1위 조선사는 현대중공업그룹으로 1114만CGT(표준화물환산톤수)를 보유하고 있다. 2위가 584만CGT를 확보한 대우조선해양이다. 이 둘을 합치면 전 세계 조선업의 20%를 차지하는 메머드급 1위 조선사가 탄생한다. 5위가 472만CGT의 삼성중공업이다.

한국 조선업이 지난 해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수주량 세계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문제는 수주량이 아닌 ‘선가’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해왔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 추격 국가뿐 아니라 한국 조선사들끼리의 수주 경쟁이 심화 돼 선가가 상승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한 지붕 아래로 들어가는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이 같은 저가 수주 경쟁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 생태계 안에서 ‘피해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대우조선과의 거래가 매출액의 32%를 차지하는 선박엔진 회사 HSD엔진(옛 두산엔진)은 대우조선과 관계가 단절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엔진인 ‘힘센 엔진’을 보유하고 있어 이 같은 우려가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HSD엔진 주가는 18.95% 급락했다. 중소 협력업체도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소식을 들은 협력업체들의 전화가 관련 부서에 하루 종일 빗발쳤다”며 “대부분 ‘어떻게 되느냐’ ‘거래가 끊기는 것이냐’는 우려였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이날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선을 긋긴 했지만 노조의 반발도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일각에서 인력 감축을 우려하지만 두 회사 모두 그간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인력 구조개선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여기서 구조조정을 더하면 장기 경쟁력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동시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대중공업 산하로 갈 경우 고용승계·단협승계가 되지 않을 게 뻔하다”며 “여기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대우조선뿐 아니라 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미포조선 노조와 함께 공동투쟁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예정돼 있던 임단협 잠정협의안 찬반투표를 연기했다.

일반 사무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한 직원은 “아무래도 동종업계에서 인수하면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대중공업과는 사업구조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설을 앞둔 직원들 동요가 더욱 심하다”고 전했다.

국외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일본 등이 반독점 등을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해당 거래를 막아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결합심사를 불승인 할 가능성에 대해 이 회장은 “시장점유율을 봤을 때 그런 우려가 있지만 발주사에 피해를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그런 취지로 설득을 해 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한신·서일범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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