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IN에 입주한 안명현(34) 라오라오 대표가 매장에서 자체 조리한 ‘라오스 샌드위치’를 양손에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사진제공=소진공
안명현(34·남) 씨는 라오스로 여행을 갔다가 현지 음식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여행 당시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에서 직접 조리법을 배워와 지난해 부산 신창동 4가의 국제시장에 ‘라오라오’라는 음식점을 열었다. 라오라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바로 라오스 샌드위치. 라오스 샌드위치는 라오스에서 많이 팔리는 샌드위치 형태의 오믈렛이다. 안 씨는 “국제시장이 가진 문화와 전통을 맛과 인테리어로 표현하는 게 라오라오의 창업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라오라오처럼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점포가 국제시장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31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일 국제시장 1공구 A동에 문을 연 청년몰 ‘109IN’이 성업 중이다. 청년몰은 전통시장에 있는 빈 점포 등에 청년 상인이 단체로 입주한 상가를 일컫는다. 청년몰 사업은 정부가 전통시장 살리기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109IN에 입주한 청년 상인들은 모두 외국 음식을 접해보고 싶어 하는 20~30대 소비자층을 겨냥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109IN엔 라오스, 일본식 라멘, 태국 요리 등 흔히 접하기 힘든 음식들을 다루는 식당이 15곳 들어섰다. 이재우(31) 씨가 오픈한 ‘올웨이즈썸머’는 태국 왕새우 팟타이 등으로 20~30대 고객의 호응을 얻고 있고 일본식 라멘을 주력으로 하는 백마식탁의 김종현(30) 씨는 차슈토마토라면, 차슈덮밥을 대표 음식으로 내세우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09IN에 모인 이들은 청년 창업가의 가장 큰 약점인 ‘경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 상인회도 결성했다. 109IN이라는 공간적 배경, 외국 음식을 다룬다는 사업 특성, 청년 상인이라는 세대적 공감대가 이들을 더욱 강하게 뭉치게 했다. 109IN에 입주한 한 청년 상인은 “각각 현지를 직접 방문해 음식과 식자재에 대해 공부하고, 내용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며 “청년몰은 여러 가게가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쉽진 않지만, 성공을 향한 마음은 모두 같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109IN에 청년 상인층이 입주하게 된 배경엔 국제시장에 입주한 점포들이 노후화됐다는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시장은 인근 광복동 쇼핑거리와 보수동 책방골목과 함께 부산 중부 지역을 상징하는 상권으로 유명하다. 특히 2014년엔 영화 ‘국제시장’이 흥행하면서 인지도가 더 높아졌다.
그러나 젊은 상인이 적어 시장에 활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의류·주단, 주방용품 등 공산품 점포는 많지만 먹을 게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소진공 관계자는 “국제시장에 있는 상인 중 대다수가 60~70대라 시장 상권이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더구나 국제시장 실비거리 외엔 딱히 음식점이 들어선 곳이 없어 상인들 사이에서도 ‘음식점을 유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진공, 부산시 등은 2017년 국제시장 1공구 A동에 청년점포 상가를 조성하자는 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1월 사업승인이 난 이후엔 5월까지 청년상인을 모집했다. 이후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공사를 거친 후 109IN이 문을 열었다.
소진공은 올해 109IN 사례를 참고해 청년몰 사업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청년몰은 노후화되고 있는 전통시장의 활력을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한 사업”이라며 “109IN을 성공모델로 다듬어 청년몰 사업을 청년창업과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를 둘 다 달성하는 모델로 키우겠다”이라고 역설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