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징역 3년6개월, 법정구속] "安, 위계 이용해 간음"… 피해자 진술 신빙성 인정

法 "강제추행 고충 이해할만"
1심 '증거부족' 무죄 뒤집어
공소사실 10건 중 9건 유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인정 여부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운명을 법정구속으로 뒤바꿨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의 유일한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을 들어 신빙성을 인정했다.

1일 서울고법 2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선고 공판을 열고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6개월과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도청 내 사회적 지위와 권력 등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억압한 채 강제로 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1심에서는 “업무상 위력이 존재하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그 위력이 행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판단과 상반되는 판결이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2심 재판부는 수행비서인 피해자의 진술을 들었다. 1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한 것과는 다른 관점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은 사건 당시 상황에 부합하고 일관성이 있다”며 “피고인인 안 전 지사의 언행과 반응, 피해자가 느꼈던 감정이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되고 있으므로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공소사실 10건에 대해 각각의 판단과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제기한 항소의 이유는 1건을 제외하고 모두 받아들여졌다. 반면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이 주장한 내용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단은 “피해자가 친한 지인이 아닌 전임 수행비서에게 강제추행 등으로 인한 고충을 호소한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수행비서만이 공유할 수 있는 고충과 피고인의 이중성으로 인해 전임 수행비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보고 진술 신빙성을 인정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수행비서인 피해자와의 도지사인 자신의 관계를 악용해 범죄를 저지른 만큼 죄질이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홍동기 부장판사는 “현직 도지사이자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안 전 지사는 별정공무원인 피해자가 안 전 지사의 말에 순종해야만 했고 내부사정을 바깥으로 드러낼 수 없는 점을 이용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성폭력범죄자로 판결됨에 따라 안 전 지사는 관할기관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판사가 공소사실과 법원 판단을 밝히자 안 전 지사의 얼굴은 귀까지 새빨개졌다. 재판 내내 아무 말 없이 바닥을 응시하던 그는 선고 직후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경위에게 이끌려 들어갔다. 안 전 지사 측은 “전혀 뜻밖이고 예상하지 못했던 판결”이라며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안희정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정혜선 변호사는 “여전히 군대·회사·학교·문화·예술·체육 등 각계에서 성인 여성이 반복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사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이번 판결이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추가적으로 2차 피해를 겪었다” “조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잘못된 통념도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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