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에 몰아친 체감기온 영하 50도의 혹한을 피할 길 없던 노숙자들에게 익명으로 호텔 숙박을 지원한 시민의 선행이 화제가 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한때 세계 최고층으로 명성을 떨친 윌리스타워(구 시어스타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시카고 도심 남쪽 공터에 텐트를 치고 겨울을 나던 70명의 노숙자들이 30일 밤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이들은 이번 추위가 한풀 꺾이는 오는 3일까지 숙박비 걱정 없이 따뜻하고 안전한 호텔에 머물 수 있다.
금주초 시카고 일원에 -30℃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닥친 후 노숙자들은 시민들이 기증한 휴대용 프로판 가스통을 이용해 불을 지피고 언 몸을 녹였다. 그러다 지난 29일 가스통 하나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지만,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당국자들은 노숙자 텐트촌에 프로판 가스통 100여 개가 모여있는 상황이 공공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전량 압수했다. 소방당국자는 “그렇게 많은 프로판 가스는 폭탄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노숙자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추위 속에 그나마 열기를 공급받을 수단마저 잃은 셈이다. 시 당국은 구세군 측에 아무 대책 없는 노숙자들을 구세군이 운영하는 대피소에 수용할 수 있는 지 문의했다. 그러나 한시간쯤 후 다시 “익명의 시민이 모든 노숙자들을 이번 주말까지 호텔에 머물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취했다.
구세군 측은 텐트촌 노숙자 가운데 단 1명만 호텔 투숙 제안을 거절하고 구세군 대피소로 향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호텔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노숙자들의 호텔 투숙 비용을 대신 납부하기로 한 시민의 신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편 AP통신은 시카고와 미 중북부를 강타한 이번 추위로 최소 1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시카고 지역 수은주는 1985년 이후 30여년 만에 가장 낮게 떨어졌다. 이 기간 시카고 지역 기온은 북극 지방 또는 알래스카 앵커리지 보다 크게 낮았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