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공식 배상을 요구하며 싸워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운구행렬을 함께한 시민들이 노랑나비를 흔들며 고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할머니 사랑합니다. 할머니의 발걸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여성 인권운동가였던 고(故)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노란 나비로 가득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매주 열리는 이곳에서 김 할머니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비롯해 추모객 1,000여명이 참석해 김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이들은 노란색 나비 모양의 종이가 달린 막대를 든 채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추모객 중엔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으며 외신들도 김 할머니의 영결식을 취재하느라 분주했다.
영결식은 판소리팀의 공연과 묵념, 추모 영상 상영, 추모사, 헌화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특히 생전 김 할머니의 모습을 담은 추모 영상이 상영되자 곳곳에서 추모객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흘리는 추모객을 위해 옆의 추모객이 선뜻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기도 했다.
영결식장을 찾은 김모(46) 씨는 붉은 눈시울로 “평소 수요시위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며 “봉사활동 하는 도서관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책들을 접하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일찍 김 할머니를 찾아뵙지 못한 게 죄송스럽다”며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전쟁이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이날 추모행진에도 참여한 대학생 이모(23) 씨는 “한때 평화나비에서 활동하며 나눔의 집 봉사활동도 여러 번 갔다”며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앞으로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추모사와 살풀이 공연에 이어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무대에 올라 추모객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이번 장례에서 상주 역할이었던 윤 대표는 “할머니의 장례비를 걱정하지 않도록 성금을 모아주신 전국 각지의 장례위원님들께 감사하다”며 “할머니가 외롭지 않게 평화의 바람을 일으키며 훨훨 나비가 되어 또 다른 세상에서 날갯짓 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아주신 마음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정의연에 따르면 1월 29일부터 31일까지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는 약 6,000여명의 조문객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차는 오전 11시 30분께 장지인 천안 망향의동산으로 향했다. 추모객들은 노란 나비를 흔들며 김 할머니를 배웅했다. 운구차가 떠난 뒤에도 일부 추모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헌화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