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진선규 ‘범죄도시’→‘극한직업’ “변한 것 없어..천천히 가고 싶어요”

‘극한직업’ 마약치킨 튀기는 ‘마형사’ 진선규 인터뷰

배우 진선규가 이병헌 감독만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코미디 언어를 제대로 소화했다. ‘범죄도시’ 속 살벌하게 무서운 조폭에서 ‘극한직업’ 속 살벌하게 웃긴 형사로 돌아온 진선규에 500만 관객들은 환호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진선규/사진=CJ엔터테인먼트

진선규는 마약반의 트러블 메이커 마형사로 분했다. 요리와 수사를 양손에 거머쥔 매력의 인물이기도 하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두고 치킨집 위장창업이라는 전무후무한 수사에 돌입한 마약반은 절대미각의 소유자 ‘마형사’(진선규)의 솜씨로 인해 치킨집이 뜻밖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그들의 수사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른다.

지난해 청룡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처음 받은 시나리오가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이었다. 진선규는 시나리오를 받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어요. 그리고 이전부터 이병헌 감독님을 너무 좋아했다. 예전에 나라는 배우를 아무도 모를 때 둘이 술을 마신 적이 있었는데, 대화는 많이 안 했지만 조용히 3차까지 갔다. 서로 말주변이 없어서 중간 중간 정적이 흐르는 타임이 많았다.(웃음)그때 나중에라도 같이 작업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다. 역할도 엄청 크고, 재미있는 코미디 작품이라서 시켜만 달라고 했죠.”

‘극한직업’은 ‘스물’, ‘바람바람바람’을 흥행시킨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범죄도시’ 때 그는 ‘어떻게 죽일까?’를 고민했다면 이번엔 ‘어떻게 웃길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액션스쿨과 요리학원을 동시에 다니며 하루는 닭을 튀기고, 하루는 액션을 연습하며 ‘극한직업’에 몰입해 나갔다. 무엇보다 마약방 5인방인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은 팀 호흡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요리 학원과 액션 스쿨을 병행하며 닭 발골 작업과 액션을 배웠다. 이번 영화로 많은 공부를 했죠. 닭 발골은 정말 자신 있습니다. 극 안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인물인데, 그걸 승룡이 형이 잘 받아주셨어요. 무엇보다 마약반 5명의 호흡이 정말 좋았죠. 자기 것을 잘 해서 돋보이는 게 아니라, 상대방 것을 다 수용해주는 호흡이랄까. 처음엔 걱정도 됐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현장에 빨리 가고 싶을 정도로 즐거웠습니다.”

2000년 연극 ‘보이첵’으로 데뷔, 수많은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꾸준한 활동을 펼쳐온 진선규는 지난 해, 688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에서 신흥범죄조직 흑룡파의 오른팔 ‘위성락’ 역을 맡아 완벽한 조선족 사투리 구사는 물론, 쉽게 잊을 수 없는 살벌한 표정과 삭발 투혼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충무로 대세남의 자리에 올랐다.

진선규의 앞길에 꽃길이 열렸다. 스스로도 “인생 대역전이 이럴까 싶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무명 배우일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진선규. 그는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고, 연극하는 후배들을 위한 회식비 계산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소박한 행복을 전했다.

“크게 돈을 번 건 아니다.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많이 번 건 아니니까. 가장 체감하는 건 우리 가족들이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는 것과 후배들에게 좀 더 자주 술이나 밥을 사줄 수 있게 된 거다. 후배들도 내가 계산한다고 하면, 예전 내 모습을 생각해서 그런지 ‘형이 왜? 사지 말라’고 하더라. (웃음)”



배우 진선규/사진=CJ엔터테인먼트

최근 진선규는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로 꼽힌다. ‘극한직업’ 이후엔 ‘사바하’ ‘암전’ ‘롱 리브 더 킹’ 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겸손하게 살자”는 그의 삶의 철칙 역시 그대로이다.

“대부분의 배우가 꿈꿀 거예요. 오디션을 보지 않고, 작품을 제안받는 날들을요. 그렇다고 해서 변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변한 게 없고 그대로다. 천천히 가고 싶어요.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이제는 ‘극한직업’이 저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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