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중인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해 6일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미가 주고 받을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1차 북미정상회담 때와 달리 신속하게 실무협상에 돌입한 점을 볼 때 북미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아닌 핵 동결 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에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무부는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와의 협상을 위해 6일 평양을 방문한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번 방북 기간 김 전 대사와 실무협상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한편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에 대한 추가 진전을 이뤄낼 계획이라고 국무부는 전했다.
국무부는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은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전환,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 시설 폐기 검증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지난달 31일 북미 협상에 정통한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먼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얘기했으니 (논의는) 영변에 집중하고 다른 것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완전한 비핵화는 쏙 빠진 채 미국이 북한 핵을 동결하고 남북 경협 제재완화, 주한미군 감축,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 북한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대신 북한은 영변 핵시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제안할 여지가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완전한 비핵화 합의안에 동의할 경우 북한의 비핵화는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핵 동결 수준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수용하면 미래 핵 생산은 막을 수 있지만 시료 채취 등 구체적인 비핵화 검증 방식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이미 만들어놓은 핵에 대한 검증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앞서 비건 대표는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위해 지난 3일 방한, 이날까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및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우리측 관계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 공조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