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역대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23.8%을 기록하면서 종영을 맞은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에서 애틋한 모성애와 사랑스러움으로 안방에 힐링을 선사한 엄마 노승혜(윤세아). 다정한 미소가 일품인 승혜는 자식들의 잘못을 그저 감싸고도는 엄마가 아니었다. 남편의 막무가내 행동에서 자식들을 지켜내되 부모의 잘못을 먼저 반성할 줄 아는 엄마였다. 아이들이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지,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선 무엇이 우선시 돼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 정확히 인지한 엄마였다.
배우 윤세아 /사진=스타캠프202
무엇보다 권위적인 남편이든 자식이든 가족과 타인을 존중하는 모습, 어떤 문제든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해나가는 승혜의 활약은 현실 부모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래서일까. 이번 작품을 통해 윤세아는 수많은 학생 팬들이 생겼다.
“저의 SNS에 학생들이 ‘빛승혜 엄마의 딸이 되겠다’는 글을 남겨줘요. 이번에 수많은 학생 팬들이 생긴 이유가 대화가 되기 때문 아닐까요. ‘노승혜 엄마의 딸이 되고 싶어요’ 하는데 지금 본인의 엄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죠. 지나고 보면 ‘우리 엄마가 노승혜였구나’를 느낄 거라 생각해요. 엄마가 얼마나 노력을 하고,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알겠죠. 그걸 알았다면 세상이 달라졌을텐데 (웃음)”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윤세아는 “우리 엄마가 노승혜고 제가 세리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 사실을 그때 알았으면 효도했을 것이다며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그렇게 윤세아는 ‘SKY캐슬’을 하면서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커졌다.
드라마 속, 집안의 자랑이었던 자신의 딸 세리(박유나)가 하버드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승혜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후회와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가슴 아픈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내 인생이 빈껍데기 같아요. 이렇게 허무할 수 없어요”라며 눈물을 흘린 승혜. “다 내 잘못이에요. 애초에 미국으로 보내지 말았어야 했어요. 쌍둥이 키우느라 정신없는데, 언니가 세리는 맡아주겠다고 하니까 일면 홀가분하더라고요. 열세 살 그 어린 것을 떼어놓고, 성적 잘 나온다고 좋아만 했어요”라며 세리의 거짓말을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다. 이 장면이 빛날 수 있었던 것 역시 윤세아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실제로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항상 아이들이 우선인 노승혜에 녹아든 윤세아는 과도한 교육열과 입시 경쟁이 낳은 폐해 속에서 자녀의 행복과 참교육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나가는 강인한 모성애로 현실 부모들의 공감을 샀다. 그는 “엄마라는 걸 떠나 모든 여성분들이 자기 행복을 찾으셨으면 좋겠어요. 엄마라는 이유로 뭔가를 하기보단, 자신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깨달음도 전했다.
외유내강의 성장형 엄마 노승혜로 활약한 윤세아는 “가슴 속에 불덩이를 안고 있는 인물의 터지기 일보직전의 상태”에 맞춰 캐릭터를 준비했다. 순응하던 삶에서 벗어나 가슴 속 폭탄을 터트리기까지. 노승혜는 자칫 변덕스러운 캐릭터로 소모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로서의 심리적 고민과 갈등을 켜켜이 담아낸 윤세아의 섬세한 연기가 현실성을 더하며 시청자들을 자연스럽게 이해시켰다.
노승혜가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남편 차민혁(김병철)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었고, 두 배우의 호흡이 환상적이었기 때문. 실제로도 윤세아는 현장에서 김병철을 비롯해 상대 배우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리허설을 거듭하는 노력을 했다는 후문이다.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배우 윤세아, 김병철/사진=스타캠프202
윤세아는 “애정을 배제하고 두 부부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순 없겠더라”며 부부의 감정에 대해 병철 선배와 계속 대화와 대화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남편 차민혁은 그 누구보다 멋지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 된 것이라는 것.
“노승혜가 차파국(웃음), 어머! 차민혁씨 옆에 왜 있겠어요? 사랑하니 애처롭고 그런 것 아니었을까요? 차민혁은 어떻게 보면 가정적인 남자예요. 보세요, 집에서 밥 다 챙겨 먹고 딴짓도 안 하잖아요. 아이들에게 수학도 직접 가르쳐주는 아빠입니다. 이런 아빠 찾아보기 힘들어요. 자수성가 한 사람이라 자신의 힘들었던 상황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앞선거죠. 방해하는 사람을 뚫고 앞으로 간 사람이 차민혁입니다. 그 사람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자식에게 그대로 하고자 하는 방법이 잘못됐을 뿐인 거죠.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은 예쁜데, 안쓰럽기도 하고요. ”
윤세아는 “김병철 선배는 ‘차파국’이란 별명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온화하신 분이다”는 뒷 이야기도 전했다. “김병철 선배의 연기가 너무 뛰어나서 제가 설득될 정도였죠. 대본을 이미 봤음에도 생각하지 못한 디테일을 살려내시는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하기도 하고, 늘 즐거웠어요. 대단하신 분이세요.”
정가르마의 칼단발 헤어스타일, 늘 굽 있는 신발을 신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 윤세아는 차분하게 상대의 정곡을 찌르는 대사로 사랑받았다. ‘빛승혜’, ‘별빛승혜’로 불린 윤세아는 “도무지 주부를 존중할 줄 모르니”, “오늘은 매운맛이에요”, “외롭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게 성공이라 생각해”, “내 딸 손대지 마”, “통렬히 반성합니다” 등 현명함과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담긴 명대사, 명장면을 쏟아냈다.
배우 윤세아 /사진=스타캠프202
노승혜가 좀 더 발랄해지면 이런 모습일까. 노승혜 열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제 별명)빛승혜 들어보셨죠? 얼씨구. 웬일이에요. 호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덕분에 덩달아 취재진들도 함박 미소를 보일 수 있었다. 빈틈없는 도회적 미모에 반전의 귀여운 허당미가 있다는 평이 이어지자. 윤세아는 “전 허당도 좋아요. 전 그렇게 뭔가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살고 싶어요. 그게 재미있고, 어우러지기도 좋잖아요.”라는 현명한 답을 들려줬다.
빛승혜는 모든 부모와 자식들에게 현명한 깨달음을 안겼다. “지금도 꿈꾸는 기분이고,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한 느낌“이라고 밝힌 윤세아는 노승혜와 함께 오랜 시간 이 행복한 느낌을 즐기고자 했다.
”우리 모두가 노승혜처럼 한번 걸러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예쁘게 걸러서 얘기하면 세상에 싸울 일이 뭐가 있고 흉칙한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겠어요? 기자분들도 ‘SKY캐슬’ 본방 사수하면서, 예쁜 기사 써주시느라 애 쓰셨어요. 정말 감사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