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1년에도 정신 못 차린 교총…"훈육에 신체접촉 필요"

학생, '전수조사 하라' vs 정부, '표본 조사'
청소년단체 16일 청와대 앞 집회

지난해 2018년 11월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범죄 교사 처벌에 대한 문구를 보고 있다. 이날 집회는 청소년 페니니즘 모임, 전국청소년행동연대 날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전연대 등 34개 단체가 참여했다./연합뉴스

첫 스쿨 미투 이후 1년이 다 돼 가지만 교원 단체에서는 여전히 “훈육을 위해 신체 접촉이 불가피하다”며 ‘신체접촉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나서 논란이다. 또 피해 학생들은 전국 학교의 성폭력 전수조사를 요구하지만 정부는 표본조사만 계획하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6일 서울 용화여고 창문에 접착식 메모지(포스트잇)로 ‘#METOO’ 글귀가 붙은 지 300일(지난달 30일)이 넘었지만 전국 학교 곳곳에서 스쿨 미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에는 인천의 한 여고에서 스쿨 미투가 불거져 인천시교육청과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교사들이 “교복이 가장 야한 옷이다”, “남자들은 고학력 여성과 결혼하기 꺼린다” 등 부적절한 발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미투 운동이 지난 한 해 동안 사회 각계에서 성폭력 문제를 들춰내고 여러 대책을 끌어낸 것과 비교하면 유독 스쿨 미투는 해를 넘겨서도 뚜렷한 대책 없이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중·고등학교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폐쇄적인 공간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한다. 스쿨 미투가 불거진 한 고등학교의 학생은 “폭로 SNS 계정이 만들어지자 교사들이 바로 계정주 색출에 들어갔다”면서 “수업 때마다 ‘면학 분위기 흐리지 마라’, ‘공부나 해라’, ‘다른 학생들한테 피해 줄 거냐’ 등 훈계가 쏟아지고 법적 대응 운운하니까 동참하는 학생이 없어서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에야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지만 학생들이 요구했던 전수조사 대신 중·고교 학생과 교원 대상으로 표본조사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정부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학내 성폭력 전수조사, 교원 및 예비교원에 대한 페미니즘 교육,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사립학교 교원 징계 강화, 학생인권법 제정 등이 학생들 요구의 골자다. 30여개 청소년단체는 이달 16일 청와대 앞에서 이런 요구를 들고 집회를 열 예정이다. 스쿨 미투 참여 학생과 활동가·변호사 등은 이번 주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참석해 국제사회에 한국 스쿨 미투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최근 교육부에 올해 단체교섭안을 제시하면서 “교육 과정상의 신체접촉 허용 기준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학생들과 동떨어진 시각을 보였다. 교총은 “미투 운동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교육현장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펜스룰’이 퍼져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 방해받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펜스룰은 남성 상사가 여성 부하직원과 단둘이 자리하지 않는 ‘매너’ 차원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여성계에서는 ‘여성의 기회를 박탈하는 남성중심적 사고’이자 여성권 신장에 대한 ‘백래시(반격)’로 규정하고 있다.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운영위원은 “(교총 교섭안은) 사소한 ‘터치’에 학생들이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식으로 학교 내 성폭력 폭로를 단순화하는 처사”라면서 “교원단체는 교원들의 성평등 의식 개선을 먼저 신경 쓸 때”라고 말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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