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27·28일 2차 정상회담] 美 '영변핵+α' 요구...北선 "금강산관광 제재 우선 풀어야"

美, 우라늄농축시설·ICBM 폐기 꺼낼 가능성 커
北, 연락사무소 설치·인도적 지원도 '테이블'에
美정가선, "핵리스트 신고 빠진 협상될 것" 회의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4일 청와대 등을 방문하기 위해 서울 시내의 한 호텔을 차량을 타고 빠져나오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과 면담한 후 6일 오전 북측과의 실무협상을 위해 항공편으로 평양으로 이동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국과 일정을 공식 발표하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평양을 전격 방문하면서 북한과 미국이 맞교환할 카드가 구체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차 정상회담의 전례를 고려하면 의전·경호 등의 논의는 북미가 별도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건 대표는 평양에서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만나 의제조율 정교화에 집중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北, 영변 넘어선 비핵화 조치 나설까=미국 조야 일각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에서 후퇴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 검증을 넘어선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건 특별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 비핵화 강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마지막 남북정상회담 평양선언과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때 플루토늄 및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를 약속했다”며 “영변 너머로 뻗어 나간 이러한 시설ㆍ단지들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점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간 비핵화 협상 때 단계적 해법인 살라미 방식을 고수한 점을 볼 때 2차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영변을 넘어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전체를 폐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농축 우라늄 시설 폐기는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앞으로 있을 비핵화 단계 중 하나로 봐야 한다”며 “북한은 회담 날짜가 정해진 만큼 최대한 시일을 끌다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면 그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플러스 알파 카드로 꺼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美, ‘금강산·개성공단’ 허용할까=미국이 영변 핵시설 폐기에 따라 제재를 완화해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 핵 신고 리스트 등 FFVD 달성 전 제재완화는 실패라는 여론이 강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완화 카드를 꺼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다만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남북 경협 사안인 만큼 미국이 일부 예외적으로 제재완화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개는 대규모 현금 유입을 금지한 대북제재 규정상 전기·기계류 공급 금지 조항으로 인해 가능성이 낮지만 금강산관광 재개는 호텔 보수 등을 제외하면 위반 소지가 적어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직접 언급한 점을 고려할 때 김 전 대사가 비핵화 조치에 따른 상응 조치로 예외적 제재완화를 강력하게 주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외에도 관계 개선을 위해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논의, 인도적 대북지원 등을 요구해왔다.

◇美 조야 커지는 비핵화 회의론=하지만 미국 조야에서는 여전히 핵 리스트 신고가 빠진 핵연료 물질 및 핵무기 생산 동결 합의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조지프 나이 전 국무부 부차관은 이날 미국의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김정은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며 “저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이런 착각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를 속이는 위험에 처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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