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통했던 헤지펀드가 도입된 지 10년 만에 투자 필수 코스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검은 10월’ 이후 주가에 덜 민감한 헤지펀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운용사들도 헤지펀드팀을 신설하거나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다.
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가치투자의 명가로 알려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조만간 헤지펀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밸류운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헤지펀드를 위한 조직 개편과 인프라 설치 등을 준비했다. 업계에서는 ‘가치투자의 대가’로 통하는 이채원 대표가 이끄는 한국밸류운용이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헤지펀드 판매를 위해 신용 제공과 증권 대차거래,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곧 선정할 예정이다.
신생 헤지펀드운용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다. 유경PSG자산운용에서 헤지펀드 사업을 전담해왔던 인력들이 회사를 떠나 헤지펀드 중심의 신생 운용사를 만들 것으로 전해졌다. 유경PSG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은 탄탄한 수익률로 제2의 이채원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중 금융당국에 인가 신청을 내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설정액은 약 24조원으로 지난 2017년(12조3,699억원) 대비 두 배로 커졌다. 특히 2015년 말 500만원으로도 헤지펀드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된 후 시장 규모가 매년 두 배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2015년 말 3조원에 불과했던 헤지펀드는 2016년 6조원으로, 지난해 12조원으로 불어났다.
헤지펀드운용사도 159곳으로 전년보다 51곳이나 늘어났다. 지난해에만 씨앗·코어·모루자산운용 등 사모전문운용사가 뛰어들었다. 운용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하락장세가 이어지면서 공모펀드 시장은 환매가 지속되고 있지만 한국형 헤지펀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면서 “신생 운용사뿐만 아니라 안정성을 지향했던 가치투자 명가들도 헤지펀드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운용사들의 진검승부가 이제 헤지펀드 시장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헤지펀드가 만능은 아니다. 헤지펀드 역시 지난해 10월 코스피가 14% 이상 급락하는 시기에 수익률을 완벽하게 방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연초 이후 1,836개 헤지펀드의 연말 수익률은 -0.5%로 집계됐다. 2017년 7%를 넘보던 수익률에 비하면 저조한 성적표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이 -1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헤지펀드 수익률은 주가에 덜 민감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용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헤지펀드가 다소 손실이 났지만 다른 유형의 펀드에 비하면 조정장에서 월등한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박스권이나 하락장에서는 여전히 헤지펀드가 대안으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