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블룸버그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2차 표결을 2월 말께로 연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와 가디언 등 영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당초 2월 13일 새 대안을 공개하고 14일 표결에 부칠 것으로 알려진 브렉시트 합의안 2차 표결을 2월 말까지 연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와의 재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로운 합의안도 다음 주까지 마련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오는 7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재협상을 공식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융커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합의안의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방문해 주요 정당 대표를 만났으나 논란이 되는 ‘안전장치(backstop)’에 대한 지지를 얻는 데도 사실상 실패했다. 메이 총리는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을 앞두고 북아일랜드의 지지를 촉구하기 위해 전날 이틀 일정으로 벨파스트를 찾았다.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 합의안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안전장치’(backstop)의 당사자다.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안전장치’의 종료 시한이 없는 데다 북아일랜드만 별도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브렉시트 강경론자,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에 반발해 왔다. 영국 하원은 지난달 29일 향후 브렉시트 계획과 관련해 ‘안전장치’를 다른 대안 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가결했다. 메이 총리는 이에 ‘안전장치’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브렉시트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연합당은 이날 메이 총리와의 만남에서 ‘안전장치’를 대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알린 포스터 민주연합당 대표는 “메이 총리가 합의안의 변화를 위해 브뤼셀로 가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총리는 의회에서 약속했던 것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그녀의 의무이자 내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장치’가 생기면 영국의 경제적·헌법적 통합성을 약화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은 메이 총리를 만나 ‘안전장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혈 분쟁을 종식한 1998년 벨파스트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 이후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잔류를 원하는 연방주의자 정당과 아일랜드공화국과의 통일을 원하는 민족주의자 정당이 공동 정권을 꾸리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실시된 북아일랜드 의회 선거에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1위, 민족주의자 정당인 신페인당인 2위를 차지했지만, 각종 이견으로 2년이 넘도록 공동 정권을 출범시키지 못하고 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