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금융통화 당국의 수장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소득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미 경제의 최대 도전과제가 되겠지만 이 문제를 금리 정책만으로 풀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긴축 속도 조절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에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6일(현지시간) 밤 미국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교육자를 위한 온라인 포럼을 열고 “미국 경제는 앞으로 10년간 빈부 격차 확대와 생산성 정체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문제가 연준 권한 밖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통화 정책이 경제 안정과 경기 위축을 완화할 강력한 수단”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실상은 그 능력이 국민 생산성과 같은 더 강력한 힘에 부딪혀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생산성 확대, 빈부 격차 축소를 위해서는 입법, 제도 개선과 같은 통화정책 외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 40년간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1인당 임금 증가율이 현저히 감소했다. 국민들이 경제적 번영을 공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자들의 경제활동 참여와 소득 계측 간 이동성 확대가 중요한데, 미국은 이러한 영역에서 정체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2015년 상위 1%의 평균 소득이 하위 99%와 비교해 26.3배에 달했다.
이 발언은 연준의 긴축 완화만으로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에 연준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성명서에서 ‘추가적인 점진적 금리 인상’ 문구를 삭제했지만 이 조치만으로 경제 구조 개선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주가 폭락, 성장률 역행 책임을 연준 탓으로 몰며 파월 의장 경질 뜻까지 내비쳤다.
연준이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파월 의장은 자신의 목표가 “중앙은행의 신뢰 회복”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과 저녁 식사를 한 것을 두고 정치적 논의가 오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연준 의장은 “우리는 정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대중이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비정치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