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 여성인 김정아 성진 이사는 살림을 하면서 매번 막히는 세면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세면기 밸브를 열 때마다 한 뭉치씩 엉켜 있는 머리카락을 발견하며 한숨을 쉬었던 그는 세면기 밸브 구조를 한번 바꿔보면 어떨까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이사는 배수 물길을 조절해 머리카락이 세면기에 걸리지 않고 흘러나가도록 하는 ‘속 시원한 세면기’를 발명했다. 김 이사는 2016년 생활발명코리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그가 발명한 세면기는 현재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다.
발명을 통해 여성 창업 및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2019 생활발명코리아’가 10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특허청은 오는 8일부터 4월 8일까지 2019 생활발명코리아의 아이디어를 접수한다고 7일 밝혔다.
올해 6회째를 맞은 생활발명코리아는 대한민국 여성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생활발명코리아 사이트에서 접수 가능하며 지식재산권을 출원하지 않은 창작 아이디어는 ‘부문1’로, 지식재산권을 출원했지만 제품화된 적이 없는 아이디어는 ‘부문2’로 구분해 접수하면 된다.
어린이 전용 텀블러 ‘뽀쪼’ /사진제공=특허청
생활발명코리아는 여성의 시장성 있는 생활밀착형 제품 아이디어를 공모·선정해 지식재산권 출원과 시제품 제작, 사업화 컨설팅 등 발명창업 초기에 필요한 지원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일반 여성뿐만 아니라 경력단절여성, 탈북여성 등 수많은 여성들이 대회를 거쳐 창업에 성공했다.
경력단절 여성이 어린이 스스로 물 마시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발명한 ‘유아텀블러’를 비롯해 탈북여성이 발명한 ‘세면대 머리카락 걸림을 막아주는 밸브’, 뇌병변장애아동의 어머니가 발명한 ‘휠체어 멀티트레이’, 대소변을 참기가 힘든 아이들을 위한 ‘휴대용 유아변기’ 등 여성의 감수성과 섬세함이 반영된 발명품들이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져 사업화에 성공했다.
특허청은 접수된 아이디어에 대해 생활용품으로 개발 가능한지 여부와 상품성 및 시장성 전망 등을 중점으로 심사한다. 심사를 통해 선정된 ‘부문 1’ 아이디어는 전문가 멘토링, 지식재산권 출원, 디자인 개발 및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하고 ‘부문 2’는 디자인 개발 및 시제품 제작, 사업화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속시원한 세면기. /사진제공=특허청
지원이 완료된 시제품은 10월에 약 2주간 생활발명코리아 사이트에 공개해 네티즌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 이어 11월말 공개심사 및 시상식을 열어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인다. 최종 순위에 따라 수상자들에게는 △대통령상 △국회의장상 △국무총리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장관상 △특허청장상 등이 수여된다.
이번 생활발명코리아 시상식부터는 발명장려금을 확대해 최고 아이디어로 선정된 대통령상 수상자에게는 발명장려금 1,000만원, 국회의장상 및 국무총리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발명장려금 200만원이 수여될 예정이다.
박호형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은 “여성의 섬세한 감성과 가사·육아 등의 생활 속 경험은 우수한 발명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생활발명코리아를 통해 여성의 우수한 발명아이디어가 일자리 창출 및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