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퇴직-연금연령 격차 커져 노인빈곤 악화

노인 연령기준 70세로 상향 - 반대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선진국에선 노인=연금수급연령=은퇴연령
● 우린 60세정년 채워도 연금수령까지 공백기
● 노동·복지환경 개선 정책적 노력이 앞서야



노인연령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놓고 해묵은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2차 민간위원 전체 워크숍’에서 “평균적으로 (노인을) 65세로, 일부 법에서는 60세로 규정하는 등 일반 인식에 비해 (노인연령이) 낮게 설정돼 있다”며 노인연령 기준 변경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노인연령을 70세로 조정하면 오는 2040년에 생산가능인구는 424만명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기초연금과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 현재 60세로 돼 있는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와 지하철 무임승차와도 직결돼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령 상향 찬성 측은 노인 기준을 올림으로써 노인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신체연령 및 소득 수준을 고려한 점진적 상향 조정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노인연령을 올릴 경우 현재도 간극이 큰 퇴직연령과 연금수급연령의 차이를 더욱 확대시켜 노인빈곤 문제가 악화될 것이라며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장관이 노인의 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일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령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 연금수급연령의 인상이 논의돼왔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의 노인이 과거보다 신체적으로 훨씬 건강해졌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논리적으로 타당하며 우리나라 역시 장기적으로 그러한 정책 방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노인연령 기준 상향은 그러한 당위적 주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현 시점에서 이를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성급한 주장으로 보인다.


노인의 연령 기준을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만을 보지 말고 우선 ‘노인’의 개념부터 생각해보자. 노인에 대한 개념 정의는 생물학적·육체적 관점부터 시작해 여러 차원이 있으나 핵심적인 정책적 관점은 ‘노인=연금수급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현대사회에서 노인이라 함은 더 이상 근로를 위해 노동시장에 머물지 않고 정부나 시장에서 제공하는 연금급여로 생활하는 계층이라는 것이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별도의 일률적인 노인연령기준을 법제화하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역시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65세를 노인연령 기준이라고 상식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제도마다 노인의 연령 기준은 상이하게 설정돼 있다. 다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공적연금을 수급하기 시작하는 연령을 노년기의 시작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공적연금 수급개시연령은 그 국가의 퇴직연령과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 선진국에서는 노인시작연령·연금수급연령·은퇴연령이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연금개혁을 통해 연금수급개시연령을 높이려고 하면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해 시위를 벌이기도 하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국민들이 연금수급연령과 은퇴연령을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중년층들이 노인연령 기준까지 노동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어야 한다. 당위적으로만 보면 현재 노인세대가 과거 노인세대보다 훨씬 건강하고 직무 역시 과거보다는 육체적인 노동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중년층들의 은퇴연령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70세로 높이고 그들을 그 연령까지 일하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성이 있는가.

우리나라는 2016년부터 고령자고용법을 통해 60세 정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60세 이전으로 정년을 설정해 퇴직을 시키면 부당해고가 된다. 그러나 현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60세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일부 공공기관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매우 소수만이 이 제도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60세라는 노동시장의 정년 역시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 등의 공적연금 수급연령보다도 낮게 설정돼 있는 상황이다. 결국, 법적 정년에 퇴직한다고 해도 연금수급개시연령까지 몇 년 동안은 별도의 소득원을 얻기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향후 급격한 고령화 정도를 고려할 때 노인복지 지출에 대한 우려는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 시점에서 노인연령 기준, 연금수급연령이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현 시점에서도 큰 간극으로 존재하는 퇴직연령과 연금수급연령의 차이는 더 커지게 될 것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은 결코 개선되지 못할 것이다. 50대 초중반에 어쩔 수 없이 퇴직하게 된 중년층들이 자신의 자산을 소진한 후 허드렛일을 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고령화 시대의 복지지출 증가는 노인연령 기준 상향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중년층이 자신의 기존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만 그들은 안정적인 노후를 계획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이 전제돼야만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 대책이 보육·교육·주거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과 병행돼야 하는 것처럼 노인연령 기준 문제 역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을 먼저 고려하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