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美 자산운용사 ‘블랙록’ 삼성전자 5% 이상 첫 보유

국민연금, 삼성생명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서
반도체수요증가, 주가 저평가 등에 매입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계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삼성전자(005930) 지분을 5% 이상 매입했다. 블랙록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4·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반도체 수요 증가 등을 예상한 투자로 분석된다. 액면분할 이후 5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4만원대로 떨어져 저평가 상태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록은 7일 특별관계자 15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지분 5.03%(3억 39만 1,061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25일 2억 9,828만 2,90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이후 28일 210만 8,161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블랙록이 보유하고 있는 총 주식의 규모는 7일 종가 기준 약 14조원에 이른다.


블랙록은 운용자산이 약 6조 달러(한화 약 6,70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다.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 장기투자에 능통한 투자사로 알려졌다. 블랙록이 삼성전자 지분 보유량을 늘린 것은 반도체 수요 회복 가능성 등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4분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6%, 28.7% 감소했다. 하지만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정보기술(IT) 수요 회복,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올해 2·4분기 이후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현우 NH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보유한 메모리 재고가 2·4분기 이후 감소해 다시 투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익도 1·4분기를 바닥으로 2·4분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액면분할 이후 5만원을 웃돌다가 4만원대 중반으로 떨어진 것도 블랙록의 투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시적인 반도체 수요 감소로 실적이 감소했지만 향후 실적 개선이 가능한 만큼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평가’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기초체력(펀더멘탈)에 투자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가 저평가 되어 있다는 점이 주된 투자 이유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블랙록은 이번 투자로 국민연금(9.25%), 삼성생명(8.24%)에 이어 삼성전자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다만 경영 참여 등은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 측은 “단순투자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며 “경영권 및 경영 참여에 영향을 주기 위한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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