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A로 성장엔진 키우는 日기업 안보이나

지난해 일본기업의 인수합병(M&A) 건수와 금액이 모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6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이 관련된 M&A는 3,850건, 30조엔(약 307조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건수는 26.2%, 금액은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특히 해외 업체에 1,000억엔(약 1조원) 이상 투자한 사례도 70% 증가한 32건이나 됐다. 다케다약품공업은 아일랜드 다국적제약사 샤이어를 일본 기업 M&A 역사상 최대인 7조엔(약 72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글로벌 M&A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 업체를 제치고 ‘큰손’으로 불릴 정도다. 이런 외형상의 수치보다 주목되는 점은 일본 기업들이 M&A를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히타치제작소는 스위스 산업자동화 업체인 ABB로부터 송배전 등 전력 시스템 사업을 사들이는 등 적극적인 M&A를 통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파나소닉도 가전 부문을 줄이는 대신 과감한 M&A와 협업으로 자동차 전장부품, 가전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첨단주택 쪽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 업체들이 거리낌 없이 M&A에 나서는 데는 국내의 법적·제도적 제약이 없는 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 현실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여전히 기존부터 적용돼온 매출·시장점유율을 따져 M&A를 규제하고 있다. 2년 전 합산시장점유율 문제로 좌절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대표적이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매수할 때 인수가액이 일정수준을 넘으면 기업결합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M&A를 적극 장려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과연 누가 믿겠는가. 국내 기업들이 M&A를 꺼리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몸을 사린다고 지적하기 전에 왜 M&A가 활성화되지 않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산업 변화 추세에 맞춰 M&A 규제를 확 풀거나 유연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의 간섭이 많은 M&A 환경에서 혁신성장이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