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일 기획재정부는 홈페이지에 ‘국민이 궁금한 우리 경제 팩트체크 10’을 올렸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판단과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과를 다룬 총정리본이다. 총 10개 항목으로 돼 있는데 △우리 경제, 어떤가요? △우리 경제 대외건전성 및 세계의 평가는? △올해 우리 경제, 나아지나요? 등이다. 기재부는 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경제현안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내용은 어떨까. 이름은 ‘팩트체크’지만 실제로는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국민들에게 경제의 실상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빼면 한국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장률 1위라는 여당 내 자화자찬과 비슷하다.
우선 정부는 2쪽에서 “수출·소비 중심의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적었다. 수출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실상은 다르다. 1월 수출은 463억5,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5.8% 감소했다. 지난해 12월(-1.3%)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다. 반도체는 23.3%, 대중 수출은 19.1%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요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올해 수출액(5,970억달러)이 지난해보다 1.4%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청년 일자리는 고용률과 고용의 질이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7년 42.1%였던 고용률이 지난해 42.7%로 올랐고 같은 기간 실업률은 9.8%에서 9.5%로 0.3%포인트 낮아졌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청년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지난해 22.8%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입맛에 맞는 통계만 가져다 쓴 셈이다.
정부는 또 “임금이 상승하며 가계소득이 개선되고 저소득 근로자가구는 2년 만에 소득이 증가세로 바뀌었다”고 했다. 지난해 소득통계 논란 때 청와대의 설명을 답습한 것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1분위(하위 20%)의 소득은 3분기 연속 급감했다. 분기별로 전년 대비 △1·4분기 -8% △2·4분기 -7.6% △3·4분기 -7%를 기록했다. 최저임금의 여파로 일자리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3·4분기에만 1분위 취업자가 16.8%나 줄었다.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전체 가구와 근로자만 거론했다. 전체 가구는 상위 20%(5분위)에 힘입어 소득이 계속 늘고 있다. 특히 근로자 가구에는 자영업자와 무직자가 빠져 있다. 최저임금과 물가상승률만 고려해도 근로자 가구의 벌이는 매년 자연 증가한다.
고용악화의 원인도 생산가능인구와 구조조정만 들었다. 정부는 “일할 수 있는 주연령대의 인구 자체가 줄었고 제조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구요인이 포함돼 있는 고용률은 지난해 60.7%로 2017년의 60.8%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여기에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같은 정책적 요인이 포함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분배지표는 개선하겠다고 장담했다. 정부는 지난해 3·4분기 5.52배였던 5분위 배율(1분위 대비 5분위 소득)을 낮추겠다며 향후 계획을 제시한 그래프에서 올해 5분위 배율을 지난해보다 뚜렷이 낮춰 그렸다. 반면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분배지표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쉽사리 목표치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나열식 업적 소개도 있다. 정부는 스마트공장과 미래차·핀테크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용여건은 어렵다” “투자부진 등 경제활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솔직한 분석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의적인 해석이 많다는 뒷말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부분을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국민들에게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