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오염된 혈액제제가 대량 유통된 것으로 확인돼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가짜 광견병 백신’ 사태 이후 잇따르는 대형 의료·의약품 사고에 중국 보건복지 행정은 물론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공분도 커지고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밤 홈페이지에 긴급 발표문을 올려 “국영기업인 상하이신싱의약이 만든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이 HIV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보고가 접수됐다”며 “해당 제품 사용을 곧바로 중단시키고 해당 주사제를 맞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전국 의료기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면역글로불린은 백혈병 환자 등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혈액제제이며 상하이신싱의약은 중국 혈액제제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기업이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문가들은 이 약품이 투여된 환자들이 에이즈에 걸릴 위험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해명하는 한편 조사팀을 급파해 생산을 중단시키고 현장조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HIV에 오염된 면역글로불린 양이 얼마나 되는지, 문제의 제품이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투여됐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HIV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된 제품과 같이 만들어진 제품은 50㎖짜리 병 1만2,229개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허술한 정부의 관리감독과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심리가 합쳐지면서 대형 의료·의약품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중국 최대 백신회사인 창성바이오테크놀로지가 엉터리 광견병 백신을 불법으로 생산·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중국 사회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불과 반년 만에 춘제(중국 설) 연휴 중 터진 대형사고로 이 회사는 앞서 지난 2017년에도 어린이용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DPT) 백신을 불량으로 만들어 팔다 적발돼 중국 행정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한편 에이즈 오염 혈액제제 확산 우려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산 혈장분획제제나 원료 혈장은 한국내로 전혀 수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중국에서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오염된 혈액제제가 대량 유통된 것으로 확인돼 비상이 걸렸다. 혈액제제를 생산한 상하이신싱의약 전경. /회사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