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1,000억원대 규모의 인도네시아 리테일금융(소비자금융) 전문 캐피털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KB금융과 1위 경쟁을 넘어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조용병 회장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뛰어든 결과라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인도네시아 소비자금융사 인수를 놓고 막판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인수금액은 1,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할부금융에 시너지를 낼 현지 캐피털사를 (M&A를 위해) 들여다보는 중”이라면서도 “가격 이슈가 최종 변수”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한금융이 인도네시아 캐피털사 인수에 나선 것은 현지 할부금융 시장의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금융사의 경우 재무제표상에 나타나지 않는 잠재 부실 가능성이 상존해 무리하게 대형 금융사를 인수하기에 리스크가 크다”며 “현지 할부금융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라이선스 획득 차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신차 시장이 연간 100만대, 오토바이 시장이 600만대 규모로 대부분이 할부금융을 끼고 구입한다. 특히 오토바이 등록 대수는 1억1,500만대로 전체 인구의 절반에 달한다. 신한금융은 이미 현지에 나가 있는 신한카드의 신한인도파이낸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할부 시장 진출을 공격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계열사인 신한은행이 지난 2016년 처음 진출했지만 90% 이상 기업금융에 의존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신한카드가 현지 살림그룹과 조인트벤처 신한인도파이낸스를 설립해 신용카드와 할부·리스금융을 시작했지만 적자를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은 신한인도파이낸스와 새로 인수하는 캐피털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담보가 있고 차주도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연체 관리만 잘하면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신한카드를 통해 현지 소비자금융회사인 PT BFI 파이낸스 인도네시아의 지분매각(42.8%) 예비입찰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이번에 현지 캐피털사를 인수하면 아픈 기억을 만회하게 되는 셈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오는 2020년까지 그룹의 해외 이익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목표를 담은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공개한 후 공격적인 M&A를 추진해왔다. 신한베트남은행이 ANZ BANK 리테일 부문을 인수해 총자산 33억달러, 고객 수 90만명으로 현지 최대 외국계 은행에 올라섰고 리볼빙 상품 등을 바탕으로 카드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업계 4위인 베트남 푸르덴셜소비자금융(PVFC) 지분 100% 인수 계약(1,614억원 규모)에 대해 베트남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았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중 새로운 사명으로 출범해 신용대출·자동차할부·신용카드 등의 베트남 소비자금융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오렌지라이프를 2조2,989억원에 지분 59.15%를 인수해 이달 1일 열네 번째 자회사로 편입했고 아시아부동산신탁 인수도 확정했다. 자산 규모로만 따지면 신한금융은 1위 KB금융을 이미 넘어섰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