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검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4,055억 달러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환란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나라에 외환은 ‘다다익선’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막대한 자금을 쌓아두는 데 따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과유불급’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9년 1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4,055억1,000만달러로 한 달 만에 18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6월 처음 4,000억달러를 돌파한 뒤 등락을 보이다 최근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사상 최대기록을 연거푸 깨뜨렸다.
주된 요인은 달러 약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를 대상으로 산정한 달러화지수(DXY)는 1월 말 기준 95.34로 전월보다 1.1% 하락했다. 반면 달러화대비 파운드화는 3.3% 뛰었고 호주달러화는 2.8% 절상됐다. 이에 따라 한은이 보유한 기타 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늘며 전체 보유액도 증가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외환보유액 증가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3,828억~5,743억달러로, 범위의 하단에 위치한 만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비상금’ 용도인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데 드는 관리비용을 과도하게 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자 부담이 있는 채권을 발행해 외환을 쌓아둔 뒤 주로 수익률이 낮은 미 국채 등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데, 이렇게 발생하는 평가손익이 매년 수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환란 당시 문제가 됐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1997년 286.11%에서 지난해 9월 말 31.8%로 대폭 완화한 것도 과도한 외환 쌓기를 경계하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을 밝히지 않는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보는 시각에 따라 적다고,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현재 외환으로 보유중인 채권 이자가 들어오는 수준만큼 꾸준히 보유액은 늘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