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준공된 북한 평양 여명거리. /사진=연합뉴스
“최고인재가 북에서는 로켓을 만드는데 남에 와보니 쌍꺼풀 수술을 하더라.”
탈북 과학기술인 A씨는 서울대 자연대와 카오스재단, 서울대 시민과학센터가 9일 자연대 문화관에서 공동주최한 ‘제26회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의 ‘북한 과학자와의 대담’ 시간에 “한 선배 탈북자가 남북 학생이 선호하는 분야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꼬집으며 한 말”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이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인재라는 희귀 자원을 배분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국내 대학 이과 입시에서 1980~1990년대는 서울대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가 최고였으나 2000년대 들어 우수인재들이 의대로 쏠려온 게 현실이다. 심지어 과학고·영재고 학생 중에서도 의대로 진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이 부각되며 2019학년도 입시에서 컴퓨터공학과 등 IT·정보 관련 학과의 인기가 높아졌으나 여전히 서울대 이공계 중 적지 않은 과가 지방대 의대보다 밀린다. 의대에서 인턴 이후 레지던트로 들어갈 때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이 인기인 것도 “개업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보상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바이오·생명과학이나 의료관광 측면에서 의대에도 우수인재가 필요하지만 이공계보다 압도적 우위를 차지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북해 이공계 대학을 다니는 B씨는 “북한은 이공계가 정원의 60~70%를 차지하고 경쟁률도 높다. 간부 중 과학자 출신이 많다”며 “서울 강남에 해당하는 평양 여명거리의 고급 주택을 과학자에게 무상 배정하고 교수 3명당 1대씩 승용차와 기사를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탈북 과학자인 C씨는 “유명한 과학자는 애국열사로 지정되고 최고지도자 명의로 생일상이나 선물이 오는 등 보너스도 많다”고 털어놨다. 북한 등 사회주의권에서는 하향 평준화된 무상의료 시스템이라 의사의 처우가 이공계 출신에 비해 상당히 떨어진다.
A씨는 “북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고 레벨의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김일성종합대 출신이 간부가 되거나 승진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된다. 김일성종합대만 갈 수 있다면 학과는 중요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 이공계를 전공한 D씨는 “김일성종합대의 경우 컴퓨터공학과 물리, 수학이 인기이고 2000년대 들어 김책공대의 선호도도 높아졌다”며 “10% 정도의 학생이 직통생으로 대학에 가고 나머지 90%는 남자는 군대, 여자는 직장으로 향한다”고 전했다. 북한은 초등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을 거쳐 대학에 가는데 직통생이 되려면 학업 능력이 뛰어나야 해 우리의 영재고에 해당하는 1고급중학교 출신이 각광을 받는다. C씨는 “대학에 바로 가기 위해서는 과외가 거의 필수인데 한 달 과외비가 대학 졸업 뒤 받는 초봉의 약 20배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사회를 본 북한 과학자와의 대담은 신변보호를 위해 20~40대 탈북자 4명이 가명을 쓰고 촬영과 녹음도 금지됐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