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이 아버지 교수 수업을 수강했다가 학생들의 집단반발로 휴학조치 됐다. 숙명여고와 서울과기대 학사비리가 사실로 드러난 후 대학마다 부모와 자녀간 평가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지만 이들을 따로 떼어놓을 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10일 제주대 로스쿨에 따르면 이 학교 학생 A씨는 지난해 2학기 자신의 아버지인 법학과 B교수의 강의 2과목을 신청해 듣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학기 도중인 지난 11월 휴학했다. A씨가 전공필수과목이나 전공선택과목 모두 다른 교수가 진행하는 대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는데도 아버지 강의를 택했다는 이유다. 학생들은 “필수과목을 듣기만도 바쁜 1학년 시기에 A씨가 왜 일부러 아버지의 전공심화과목을 들었겠냐”며 “교수 주관이 많이 반영되고 평가근거를 공개하지도 않는 대학성적평가 특성상 부모의 수업을 자녀가 듣는 건 특혜 소지가 많다”고 반발했다.
A씨를 둘러싼 소문은 지난 9월부터 불거졌다. 평소 “학부 성적이 80점 초반”이라고 말하고 다닌 A씨가 입학 당시 다른 학생들을 제치고 장학금을 받자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그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아버지 얼굴이 들어간 가족사진을 올린 게 화근이 됐다. 학생들이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하자 학교는 2개월을 끌다 결국 B 교수에게 “자녀를 휴학시키는 게 어떻겠냐”고 권고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A씨에게 휴학을 권고한 것도 특혜라고 주장했다. 제주대 로스쿨은 학사 규정상 중대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아닌 이상 1학년생에게 휴학을 허용치 않고 있다. 이 규정 때문에 그간 부득이 개인 사정이나 반수 때문에 학교를 쉬려던 학생들이 모두 자퇴를 했는데 A씨에게만 휴학이 허용된 건 결국 학교 측의 배려라는 주장이다.
제주대 측은 성적 처리 전이므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수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B교수 친인척이 입학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자녀인지는 몰랐고 교수가 입시에 개입하지도 않았다”며 “수강 포기 기간이 지난 이후에야 사실을 알게 돼 휴학을 권고했고 (휴학)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B교수도 “자녀가 휴학을 했기때문에 더 이상 문제 될 게 없다”며 “장학금 문제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수강 문제는 전혀 (논란거리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각 대학마다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부모-자녀 간 동일학교 진학을 금지하는 ‘상피제’는 대학에 적용되기 어렵다. 경쟁 입시를 거쳐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 일괄적으로 입학 제한을 두면 수험생 선택권과 대학 운영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서다. 교육부가 지난 12월 부랴부랴 제도개선안을 만들어 각 대학을 설득하고 나섰지만 말 그대로 ‘권고’여서 실효성은 낮다. 제주대도 대학본부가 B 교수 자녀 입학 사실을 1년이 다 되도록 몰랐고 교수도 자녀의 수강신청 사실을 대학에 알리지 않는 등 권고를 전혀 따르지 않았지만 교육부가 이를 제재할 명분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칙을 만들도록 장려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올 상반기 각 대학이 얼마나 권고안을 이행했는지 전수조사한 뒤 가능한 조치가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